개나리와 진달래가 4월을 선구한다
4月은 갈아엎는 달

신동엽
내 고향은
강 언덕에 있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가난.
지금도
흰 물 내려다 보이는 언덕
무너진 토방가선
시퍼런 풀줄기 우그려 넣고 있을
아, 죄 없이 눈만 큰 어린 것들.
미치고 싶었다.
四月(4월)이 오면
山川(산천)은 껍질을 찢고
속잎은 돋아나는데,
四月이 오면
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
우리네 祖國(조국)에도
어느 머언 心底(심저), 분명
새로운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
四月이 오면
곰나루서 터진 東學(동학)의 함성,
광화문서 문 터진 四月의 勝利(승리)여.
江山(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의 不夜城(불야성) 갈아엎었으면
갈아엎은 漢江沿岸(한강연안)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 날이 오기까지는, 四月은 갈아엎는 달
그 날이 오기까지는, 四月은 일어서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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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족에게 4월은
4월은 거룩한 달,
아니 거룩해야 할 달이다
평등과 자유, 민주제단에 피를 뿌리고
정의와 평화, 생명제단에 목숨을 바친
4.19와 4.16이 있는 거룩한 달이다
그날의 함성
그들의 아우성
한민족의 꿈이 표출되던 날
우리는 보았다
한반도의 평화가 우리의 일어섬에 있음을
우리는 알았다
인류 평화가 우리 손에 있음을
그리고 그 시작이
갈아엎음에 있다는 것을,
개나리와 진달래가 4월을 선구한다
(4월 3일, 가재울에서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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