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아름다움 가르치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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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아름다움 가르치는 교회
  • 유미호
  • 승인 2017.03.17 0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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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리는 녹색교회-2

<1편에 이어>

필요를 알아 풍성히 채워주는 교회

마당 한쪽 편에는 토마토, 상추, 치커리, 오이, 당근 등을 가꾸어 먹는 텃밭이 있다. 주일밥상은 공동체텃밭에서 수확한 텃밭 푸성귀들로 늘 풍성하다. 그러다보니 교우들도 가정에 작은 텃밭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식물과 흙, 화분만 있으면 되니 가정마다 초록빛이 은은히 새어나온다. 때론 기분까지 상쾌하게 해주는 로즈마리와 애플민트, 스위트 바질 등 미니 허브정원을 만들어 자신을 돌본다.

교회와 이웃을 잇는 길가 모퉁이에도 텃밭이 있는데 교우들이 돌보긴 하지만 거두는 이는 따로 있다. 쓰레기가 쌓이던 곳에 주인 허락도 없이 만든 것이니 ‘게릴라’텃밭이다. 텃밭 옆 “언제든 ‘필요’할 때는 가져드셔요”라는 팻말은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또 함박웃음을 짓게 한다. 텃밭에 심는 씨앗은 토종이다. 작고 앙증맞은 ‘토종종자 씨앗 도서관’이 있어 때때로 토종씨앗기행을 떠나고 토종 씨드림 축제도 즐긴다.

앞마당엔 수상한 통이 하나 있는데 빗물받이 통이다. 모아진 빗물은 화단과 텃밭을 가꾸는 데 쓰인다. 물이 파이프를 통해 흘러 가닿는 작은 연못은 도시의 새와 길 고양이들의 목을 축이는 생명의 샘이다.

마당 다른 한쪽에는 자전거 주차장도 있다. 자전거가 즐비하게 세워져 있다. 교우들 대부분이 자전거를 타고 세상과 교회를 오가기 때문이다. 주일엔 노약자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 외에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맑은 공기와 고요함을 즐긴다.

그러다보니 저마다 하나님의 창조에 순응하기 수월하다. 싹을 돋우는 이파리소리나 벌레들이 날개를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들을 줄 알고, 소나무향기가 은은하게 배어나는 바람 그 자체의 향기도 맡을 줄 안다. 물론 피조물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것은 기본이다.

창조주 하나님을 깊이 예배하게 하는 교회

교우들은 주일 예배를 드리면서, 늘 창조주 하나님을 깊이 만나고 대화한다. 강단에는 말씀선포 전에 철 따라 주어지는 주님의 은혜를 느끼게 하는 들꽃 등 자연 상징물들이 놓여 있다. 그 날의 메시지를 더 명료히 받아들이게 돕는다. 그들은 기도 중에 자기 소리만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내적 고요, 기다림에 처할 줄 안다.

그들의 찬양은 이 나무 저 나무로 넘쳐흐르면서 마을 숲속으로 크게 퍼져 나간다. 찬양이 흐르는 동안 꾀꼬리, 직박구리, 다람쥐, 청솔모, 백로와 왜가리, 그리고 교회 마당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닭과 오리, 개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끼어들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비록 작지만 숲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아름다운 소리를 모아 증폭시키면서 모든 생명 있는 것들에게 다시 흩뿌려준다.

부드럽게 떨어지는 잎사귀처럼, 찬양이 끝나면 모두 모여들어 함께 기뻐한다. 하나님의 숨결을 깊이 느껴서인지 모두의 눈시울이 젖어있다. 예배를 통해 교우들은 사람이 하나님과 사람과 자연과 화해하고 하나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그 순간 말씀이 주어지는데, 저마다 삶을 돌이켜 생명의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아낸다. 일상에서 날마다 읽는 말씀은 자신의 필요를 넘어 다른 생명(후손)의 것까지 앞당겨서 씀으로 지속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막는 원리와 힘을 더해준다.

그래서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사랑의 친교를 통해 ‘참 좋은’ 관계를 맺게 한다. 탐욕과 명예심을 버리고 가난에 만족할 줄 알아, 있는 모습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게 해준다. 모든 생명이 주님 안에서 하나임을 고백하게 하고, 보다 많은 생명들이 서로의 필요를 채우므로 풍성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친교를 즐기게 한다. 이들이 나누는 밥상엔 몸과 마음 즉 생명을 살리는 음식이 가득하고, 그들 마음엔 생명에 대한 감사가 넘쳐난다.

아름다움과 거룩함을 소중히 여기게 하는 교회

또한 모든 생명이 하나님의 것임을 기억하고, 자녀들에게 창조의 아름다움과 거룩함을 가르친다. 성장이 아닌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역량도 키우기 위해 훈련한다. 녹색의 눈으로 성서를 다시 읽게 함으로 창조에 대한 신앙고백들이 지속되게 한다. 그리고 자연학교를 열어 생명과의 교감을 영성적 차원에서 수용하게 한다. 들꽃과 나무, 곤충과 새들의 이름을 부를 줄 알고, 그들의 존재를 느끼게 하는 것을 예배와 교육의 핵심에 놓는다. 그러다 보니 한 생명 한 생명이 다 하나님 안에서 한 형제요 자매임을 알게 되고 그들의 아픔을 가까이 느끼게 된다.

끝없는 성장을 향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방향을 바꾸는 이들도 생겨난다. 이들은 ‘필요한 것만 취한다면 모두가 골고루 풍요로울 수 있음’을 안다. ‘생명유지에 필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공급해주신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덜 가지고 덜 쓰고 덜 먹고 덜 버리는 삶을 살아낸다. 교회는 이들 ‘일용할 양식만을 구하는’ 교우들을 힘껏 지지해준다. 모두가 주는 것보다 결코 더 많이 취하는 일이 없게 하려 애쓴다. 탐욕을 채우려고 함부로 파괴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순간순간 위협에 처해 있는 생명들이 도움을 청해올 때 거부하거나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고 ‘늘 깨어 있으려’ 훈련한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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