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를 그리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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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교회를 그리다-(1)
  • 유미호
  • 승인 2017.03.0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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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숨을 못 쉬는 생명과 교회

우리는 날마다 숨 쉬며 살아간다. 숨을 통해 하나님의 영이 들어옴으로 우리는 온전케 되며 생명의 기운을 얻는다. 하나님이 만드신 생명들은 모두 함께 숨을 나눈다. 그들 모두가 하나의 숨을 나누며 살고 있다.

제 숨을 못 쉬는 생명과 교회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의 숨이 다른 생명의 생존에 위협이 되고 있다. 태평양의 조그만 섬나라들은 곧 지구상에서 사라질 처지에 있다. 해발 평균 2미터밖에 안 되는 투발루는 국토가 바닷물에 잠겨 국민들이 서서히 이웃나라 뉴질랜드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있다. 키리바시는 잠자리에 들 때마다 구명조끼를 머리맡에 챙겨놓고야 잠이 든다 한다.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도 수많은 이들이 빈민가로 옮겨가서 빈곤한 삶을 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오르게 되어 사람뿐 아니라 지구 상 모든 피조물들이 어찌할 수 없는 절망의 순간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

▲ 2009 녹색교회, '쌍샘자연교회(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우리의 숨을 이어나가기 위해 먹고 자고 일하고 쉬고 걷고 타고 사고 버리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아서이다. 육식 위주의 밥상과 남겨 버리는 것이 배출한 메탄이 지구를 뜨겁게 달구고 해수면을 상승시켜서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탐하여 생겨난 기후난민 수천만 명에 이른다.

머지않아 우리도 그 자리에 서게 될 거란 이야기도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곁에서 삶을 지지해주던 땅은 점점 메말라가고, 숲은 사라지고, 창조질서가 깨져 날씨와 기후는 혼돈 가운데 있다. 우리의 탐욕이 하나님 지으신 산과 강, 온 땅과 바다에까지 미쳐 있다. 그러다 보니 동식물들도 심히 신음하고 있고 또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리고 유전자조작과 핵 발전 등 거대과학기술이 생명 그 자체를 위협하고 있어 우리의 후손들은 더 이상 창조의 자산을 물려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 교회는 어디에 어떻게 서 있는가? 세상이 온통 제 숨을 쉬지 못한 채 신음하고 있는데, 교회는 하나님과 이웃과 자연 앞에서 당당하다고 할 수 있는가? 모두가 그러하다고 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교회가 하나님의 숨으로 만물을 새롭게 하는 ‘복의 근원’이 되길 바라면서, 녹색교회에 대해 ‘또 한 번의’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살아 숨 쉬게 하는 ‘녹색’의 교회

‘녹색’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생명이 살아있게 하는 ‘존재의 근거이자 이유’요, 생명을 지속시키는 숨을 공급하는 생명의 터전이다. 따라서 녹색 교회는 창조자이자 구속자인 주님을 모시고 기뻐하며 잔치에 참여하는 예배와, 생명을 살리는 선교와, 생명을 양육하는 교육과, 생명을 섬기는 봉사와, 생명을 나누는 친교가 균형을 이루는 생명공동체를 상징한다.

생명공동체는 겉모습만 봐도 다르다. 초록빛 향내가 짙게 풍긴다. 벽면엔 담쟁이넝쿨이 초록을 더하고, 건물 옥상은 물론 창가에는 햇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전지가 있다. 낮 시간 동안 햇빛이 생산한 전기는 교회에서 사용하고 남으면 전력회사에 판매한다. 판매 수익을 높이기 위해 효율을 높이고 절전소를 짓는 일에도 힘을 쏟는다. 실내온도 및 조명을 적절히 유지하고 대기전력을 차단해 전기 낭비를 없앤다. 생산과 절약을 통해 얻어진 수익만큼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베푼다.

숨을 치유하는, 사방으로 열린 교회

교회 건물 꼭대기 층의 방은 특별하다. 천정이 분리되는 지붕이다. 날씨가 좋은 날 낮에는 밀어서 열면 교우들이 신선한 공기와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고, 밤에는 별자리들의 쇼를 보며 우주로의 상상여행을 떠난다. 천정이 열리는 날이면 물신 앞에 굴복한 듯, 크고 화려한 것, 빠르고 강한 것에 홀려 갈수록 얕아지고 거칠어져만 가는 숨이 치유되는 듯하다.

교회 둘레엔 담장이 없다. 둘레에 심겨져 있는 산수유나무는 참새들이 좋아하는 나무이다. ‘영원불변의 사랑’을 이야기 하는 꽃과 빨간 열매는 참새들로 하여금 날마다 종종거리며 앉아서 그들의 일상을 살게 한다. 교회 주변은 비록 작지만 다양한 생명들을 품고 있는 숲이다. 온갖 동식물과 곤충, 그리고 지역 주민들까지도 드나들며 친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숲이 다양하게 잘 보호되어 있어, 때때로 자신의 빛깔을 바꾸는 쏙독새의 외로운 울음소리와 작은 못가에 사는 개구리 소리도 들려온다. 물 흐르는 소리도 멀리서 들려온다. 이곳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만으로도 자기 소유와 이기심이 서서히 무너지고 자기 것을 자기 것이라 주장하지 않는 나눔과 평화가 저절로 이루어질 것만 같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 글쓴이 유미호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부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연구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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