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앙상한 나뭇가지의 겨울눈을 관찰하느라 한참의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처음엔 죽은 듯 앙상한 나뭇가지만 보이더니 차차 수피가 담고 있는 나무 자체의 빛깔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눈과 그를 감싸고 있는 아린, 지난 삶의 흔적(옆흔)에 있는 관속흔(관다발의 흔적)이 차차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앙상하게 흩어진 모습으로 달려있는 것 같았던 나뭇가지들도 살아서 하나로 움직이는 커다란 생명체로 다가섭니다.

이제 나무는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에 섰습니다. 겨우내 죽은 듯 앙상한 가지로 서 있더니 이제 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주님이 이 땅에서 푸른 움을 내게 하셔서 자란 나무이니, 올 한 해도 또 제 몫을 톡톡히 해내겠지요? 햇살 좋은 날만이 아니라 비가 오고 궂은 날일지라도 심겨진 자리에서 충실히 자라고 또 결실할 것입니다.
아직 계절은 겨울이지만 자세히 보면 서 있는 나무 안에는 이미 새순이 돋고 꽃이 만발하는 봄, 푸른 잎이 우거지는 여름, 열매가 풍성히 달리는 가을이 이미 와 있는 듯합니다.
“하루는 나무들이 나가서 기름을 부어 왕을 삼으려 하여 감람나무에게 이르되 너는 우리 왕이 되라 하매, 감람나무가 그들에게 이르되 나의 기름은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나니 내가 어찌 그것을 버리고 가서 나무들 위에 요동(지배)아리요 한지라” (사사기 9:8~9)

곧 주님께서 제 마음 밭을 바라보시고 푸른 움을 내라 하시겠지요? 그 때에 주저함 없이 싹을 내리라 다짐해봅니다.
* 글쓴이 유미호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부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연구실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