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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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원
  • 이수호
  • 승인 2017.01.0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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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내 자리 부끄럽지 않았으면
일흔 1 - 작은 소원

해가 바뀌고 일흔이 되었다
좀 천천히 걷되 더 곧고 무겁게 걸어야겠다
그러면서도 경쾌해 보이면 얼마나 좋을까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사람 시선에서도 좀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내 책임의 위치는 어딘지 나의 한계는 어딘지
그 자리를 찾아 나를 세우고 싶다
귀는 활짝 열고 입은 닫되
가끔 열더라도 부드럽고 또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내 확고한 판단과 주장은 대부분 오만과 고집임을 깨닫고
나를 내세우기에 앞서
어린 아이를 사랑하고 청소년을 이해하며
청년들과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침침한 눈처럼 사물을 또렷이 볼 수 없음을 인정하고
그에 근거한 판단도 오류일 가능성이 높음을 인정해야 한다
생각이나 사고도 이와 같아서
아무리 힘들여 가꾼 나무라 하더라도
계속 물주고 가꾸지 않으면 열매는 말할 것도 없고
꽃도 피우기 힘들다는 사실을
매일 깨달아야 한다
아침에 눈 뜨면 더 고마워하고
무슨 소리가 들리든지 기뻐하고
하루를 아침햇살처럼 시작했으면 좋겠다
낮이 지나갈 때
조금은 지루하더라도 짜증내지 않고
또 어둠이 내리면
그 하루도 충만했으면 좋겠다
잠들 때 불면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둠이 영원으로 이어져 눈뜨지 못하더라도
남은 내 자리가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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