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기억하는 대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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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기억하는 대림절
  • 유미호
  • 승인 2016.12.13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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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누리기 위한 몸속 수액을 비우는 나무의 기도를

한 해가 저무는데 가슴에는 공허한 바람만 입니다. 주식인 쌀값이 땅에 떨어지고, 변화를 기대했던 세계 기후문제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정신은 오히려 오그라들고, 인류는 물신 앞에 굴복한 듯, 크고 화려한 것, 빠르고 강한 것에 홀린 사람들의 숨은 갈수록 얕아지고 거칠어만 갑니다. 남보다 앞서고, 남보다 많이 갖고, 남보다 강해지려고 바둥 거립니다.


그래도 이맘때면 다들 주고받는 감사와 선물을 생각한다. 그러나 감사와 선물조차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보다는 과소비와 낭비 그리고 환경에 해악을 주기도 해서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시내 곳곳의 가로수와 조경수에 온갖 색깔의 장식용 전구가 휘감겨 밤거리에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나, 그것은 엄청난 전력에너지를 낭비하면서 잠시 사람들의 눈길을 끌뿐 식물들이 받아야 할 고통과 생리적인 변화는 전혀 고려치 않습니다. 나무를 감싸고 있는 전구와 전선이 발생하는 열은 식물 주변의 온도를 상승시켜 식물이 겨울을 나고 봄을 대비하는데 필요한 적응력을 약화시킵니다. 추워야할 밤에 전구를 켜므로 식물이 인식하고 있는 낮과 밤 온도 변화의 주기가 흐트러져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정상적인 온도 이상의 온도가 지속될 경우에는 식물 자체의 방어 작용에 의해 껍질 등 특정 부위의 세포가 죽거나 종양이 생성될 수도 있습니다. 겨울철 추위에서 일정 기간 지내야 이듬해의 개화와 결실, 생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인데 ….

이 계절, 아기 예수님은 어둡고 초라한 마굿간,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생명의 주님으로 오셨습니다. 하루하루 먹고 일하고 자고 싸는 순박한 짐승 가운데, 낮고 천한 자리에 살아있는 생명과 세상의 밥으로 오셨습니다. 그러기에 아기 예수 탄생의 기쁨과 축복은 사람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생명이 함께 누려야 함이 마땅합니다.

주고받는 선물은 늘 생명을 중심에 놓아야 합니다. 선물을 고를 땐 가급적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선물을 찾읍시다. 선물 받는 사람이 생명에게 더욱 호의적이 될 수 있도록 풀꽃과 나무, 혹은 씨앗을 주어 돌보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살아있는 화분에 담긴 식물은 공기를 청정하게 해주고, 우리의 생활공간을 아름답게 하며,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해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고받는 선물 이상으로 일년 사계절이 다 아름다운 선물이 되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모임 때는 일회용품은 줄이고 대신 상차림에 도자기 접시나, 유리컵을 사용합시다. 보다 적은 종이 소비와 보다 적은 쓰레기를 내놓도록 힘씁시다. 음식 준비는, 유기농산물을 사서 유해 살충성분에 노출되는 것을 줄여야 합니다. 그것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지속가능한 농법을 장려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대림절 장식 역시 사람뿐 아니라 식물들도 예수 탄생의 기쁨과 축복을 누릴 수 있게 해봅시다. 자연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장식을 찾아 마을의 작은 산이나 공원을 거닐며, 가지라든가, 잎사귀, 열매들 그리고 꽃들로 장식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부득이 나무를 장식할 때는 사이즈를 최소화하고 장식 전구의 수도 최소화하여 에너지를 절약합시다.

아니 장식으로 나무를 감출 게 아니라 매년 대림절 때면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가오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새 봄을 맞고자 몸 속 수액을 비우는 나무의 기도를 몸과 마음을 모아 함께 드려돕시다. 마굿간처럼 어둡고 캄캄한 우리네 몸과 마음에도 아기 예수님이 오셔서 우리 안의 생명의 빛을 회복시키시고 빛나게 해주실 것입니다.

* 글쓴이 유미호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부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연구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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