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왕국 신라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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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왕국 신라의 몰락
  • 김홍한
  • 승인 2016.11.2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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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존망 반드시 천명이 있다

삼국유사의 신라에 대한 첫 번째 기록이 이렇게 시작한다.

“봄에는 동야택(東野宅), 여름에는 곡량택(谷良宅), 가을에는 구지택(仇知宅), 겨울에는 가이택(加伊宅)에서 놀았다. 제49대 헌강대왕(憲康大王) 때에는 성 안에 초가집은 하나도 없고, 집의 처마와 담이 이웃집과 서로 연해 있었다. 또 노랫소리와 피리 부는 소리가 길거리에 가득 차서 밤낮으로 끊이지 않았다.”

어느 나라이던지 전성기의 때가 있다. 신라의 전성기가 바로 이때가 아닌가 싶다. 신라 49대 헌강왕 때라면 서기 875~886년이다. 그런데 헌강왕 이후 6년 견훤이 후백제를 세우고 잇따라 여러 반란세력들이 일어난다. 헌강왕 이후 50년, 신라는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전성기, 태평성대의 때가 바로 망국의 길로 들어서는 때이다. 태평성대의 모습이지만 결코 태평성대가 아니다. 나라의 부가 온통 수도인 경주에 몰려있다. 태평성대는 경주의 귀족들에게만 해당한다. 경주가 호화로운 만큼 경주 밖은 처참했다. 경주에 노랫소리와 피리소리가 가득한 만큼 경주 밖의 백성들 사이에서는 한탄과 원망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그 소리가 쌓이고 쌓였다. 이내 군대의 함성이 되어 경주를 덮친다. 경주의 노랫소리, 피리소리는 비명소리가 되고 울음소리가 되어 흩어진다.


지방의 장수들과 호족들은 줄을 지어 고려의 왕건에게 투항한다. 백제의 군사들이 언제 왕궁에 들이닥칠지 모른다. 조세와 공물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왕궁의 창고는 텅텅 비었다. 왕이 끼니를 걱정할 신세다. 신하들은 물론 후궁들과 궁녀들도 왕의 말을 듣지 않는다.
935년 11월, 경순왕은 신하들과 함께 고려에 나라를 맡길 것을 결의했다. 그 때 태자가 말했다.

“나라의 존망에는 반드시 천명이 있습니다. 마땅히 충신 의사와 함께 민심을 거두어 모아 죽음으로써 지키다가 힘이 다한 뒤에야 그만둘 것입니다. 어찌 천년 사직을 하루아침에 가볍게 남에게 내 줄 수 있겠습니까?”

태자는 통곡하며 하직하고 길을 떠나 금강산으로 들어가 움막을 짓고 삼베옷을 입고 살았다. 사람들은 그를 마의태자라 불렀다. 경순왕은 신하들을 거느리고 선왕들의 위패와 왕실보물을 싣고 고려로 간다. 그 행렬이 30리에 이어졌다. 이렇게 992년 56대의 사직이 끝났다.

나라가 망할 때의 모습은 동서고금이 공통적인 모습을 보인다. 왕권이 심하게 약화되어있을 때이다. 왕권이 약화되었다면 백성들의 힘이 강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귀족들의 힘이 강한 것이다. 왕권이 강할 때는 나라에 기강이 서있다. 그러나 귀족들의 힘이 강할 때는 착취자자가 여럿이다. 나라의 기강은 무너지고 통제가 사라진 귀족들은 경쟁적으로 착취한다. 귀족들의 전성시대다. 그러나 그 상태는 오래가지 못한다. 착취를 견디지 못한 백성들은 거지가 되고 도적이 되었다가 끝내는 반란의 세력이 된다.

오늘날에는 어떠할까? 오늘날도 다르지 않다. 최고 통치자의 힘이 강력할 때는, 비록 그가 독재자라 하더라도 백성들의 삶은 안정된다. 그러나 최고통치자의 힘이 약화되어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면 국가기강이 급속도로 붕괴되면서 빈부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목소리가 아무리 간절해도 들어줄 사람이 없다. 평화적 시위는 폭동으로 변한다.

그러면 독재가 좋다는 말인가? 권력자들의 통제는 정치발전이 낮은 나라에서는 독재자가 하지만 성숙한 나라에서는 법과 제도, 공의로 통제한다. 모든 국가 구성원들의 정치의식이 성숙해 있느니 부정과 불의를 용납되지 않는다. 일반 국민은 물론이요 조직사회인 공무원사회도 용납지 않는다. 심지어 군인들도 용납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형편은 어떠한가? 암울한 독재의 시대를 지나서 지금은 귀족(재벌)의 시대다. 재벌은 자꾸 비대해 진다. 이것이 망조다. 나라의 법과 제도가 합리적이고 공의가 통용되어 민중들의 삶이 유지된다면 나라도 유지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망한다.

나라가 망하는 것을 가난한 민중들은 걱정할 것 없다. 오히려 새로운 희망일 수 있다. 신라가 망하고 신라보다는 좀 나은 고려가 탄생했다. 역시 고려가 망했다고 걱정할 것 없다. 고려보다 나은 조선이 탄생했다. 조선이 망했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지배자들이 망한 것이지 민중이 망한 것은 아니다. 조선왕조가 망했어도 민중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배자가 왕과 귀족에서 일제로 바뀐 것, 민중은 여전히 살아남아 대한민국으로 이어졌다.

- 이야기신학 117호(2014.6.1.)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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