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유화, 교회의 사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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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유화, 교회의 사유화
  • 김달성
  • 승인 2016.10.2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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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병적인 자기애를 극복하신 분

국가의 사유화, 교회의 사유화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하나의 민간인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함께 저지른 국정 농단 사건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국기문란 사건의 전모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이야기들이 사실임을 밝혀주는 증거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이라는 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했던 박관천 경정이 2년 전에 한 말)이 사실로 입증되는 광경을 하나하나 지켜보면서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최순실 씨는 대통령 연설문 수십 개를 공식 발표 전에 미리 받아 보고 첨삭지도까지 했다. 또한 국무회의 발언이나 안보, 외교 등 국가 기밀문서까지 사전에 전달(보고)받아 주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아예 청와대 비서관이 청와대 문서(30센티 두께의 문서 분량)를 매일 최 씨에게 전달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지난 70년대부터 박근혜와 깊은 관계를 맺은 ,작고한 사이비 종교 교주 최태민의 딸 최씨가 국정에 깊이 개입한 것이다. 개입 정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대통령 노릇까지 한 것으로 보일 정도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자신과 최 씨와의 부적절한 연관성 일부만을 인정하면서 변명으로 일관했다.

   

'국가의 사유화'

'국가의 사유화' ,이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적 문제다. 국가를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짓이 '국가의 사유화' 작업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공식 체계나 시스템을 무시한 채 최 씨가 국가를 사유화하도록 도왔다. 청와대와 집권여당도 그동안 그 사유화 작업에 협력했다고 봐야 될 것 같다. 국가의 사유화에는 국기 문란이 따른다. 문란해질수록 어느 개인이나 집단은 경제적 이득과 정치적 권력을 얻는다. 반면에 일반 국민은 막대한 피해를 본다. 아마도 박 대통령은 국가를 사유화하는 일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죄의식이 없는 듯하다. 그 일이 매우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것 같다.그런 성향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 박정희로부터 보고 배운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군 장교였던 아버지, 박정희 소장이 군사 구테타를 일으켜 불법적으로 나라의 권력을 찬탈한 것부터 국가를 사유화하는 행동이었다. 그 뒤 유신 독재통치를 하며 죽을 때까지 총통 노릇을 하고자 한 일이야말로 국가를 사유화하는 전통을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 내린 일이다.18년 간 지속된 그 통치는 나라의 근대화를 이룬 초석이 아니라 근대화를 가로 막은 결정적인 장애물이다. 그 18년은 국기를 문란케 한 시기였다. 국가의 기초와 기본을 마구 훼손한 시기였다. 독립군을 때려잡던 친일 반민족행위자가 새 나라의 정권을 잡고 국민을 지도하겠다고 나서니 나라의 기본이 설 리가 없다. 그 시기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풍토를 사회에 깊숙이 뿌리 내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의도한 결과만 얻으면 과정이 어떠하든 상관없다는 문화도 사회 전반에 퍼트리는 계기가 되었다. 근대화란 국민소득만 오른다고 이루어지는 게 결코 아니다. 진정한 근대화는 헌법이 가르치는 대로 '민주공화국'을 건설하는 데 있다. 어느 개인이나 집단이 국가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는 구조를 가진 나라, 밥은 좀 먹지만 약육강식의 원리로 돌아가는 나라는 절대 근대화 되었다고 할 수 없다. 민주공화국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시민)들의 연대 공동체다.

오늘날 한국에서 국가의 사유화는 다른 측면에서 더욱 두드러지다(돋보인다).그것은 다름 아니라 재벌들에 의한 국가의 사유화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재벌경제 체제를 가진 한국에서 국가의 사유화는 지속적이며 매우 구조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이는 특히 1997년 IMF 이후 더욱 심화된 현상이다.지금 우리사회는 소수 대기업-재벌에 의한 국가의 사유화가 콘크리트처럼 굳어진 상태다. 여기서 정부-관료사회는 한낱 재벌의 행정사무처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재벌에 의한 국가 사유화가 진행될수록 1:99 사회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미 한국은 OECD국가들 가운데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에 속해 있다(미국 다음으로 2위). 또한 한국은 이미 소위 '세습자본주의' 국가에 진입했다 .신분제사회를 방불케 한다. 국가가 공익을 위해 작동하지 않고 소수 계층의 이득을 위해 작동된다면 그 국가는 분명 비정상이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만든 이번 국기 문란 사건은 재벌에 의한 국가의 사유화 현상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점도 아울러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유기적 관계성이 있다. 가령, 재벌들이 국정을 주무른 최 씨 일당에게 8백억을 갖다 바칠 땐 다 속셈이 있는 것이다. 그 돈의 수 십,수백 배를 되받을 풍부한 계략을 재벌들은 이미 갖고 있다. 물론 그 일당에게 받는 게 아니라 99% 국민을 더욱 착취함으로써 받게 될 것이다. 재벌들에게 삥을 뜯은 자들(세력)은 재벌들이 착취를 용이하게 하도록 길을 더 닦아주는 일을 충성스럽게 한다. 무당 같은 여자를 의존하지 않고서는 정상적 생활이 곤란할 정도의 사람을 대통령으로 옹립한 수구 세력은 그 길을 닦아주는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해 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과정을 통해 고통을 받은 건 일반 국민이다. 특히 흙수저들. 그런데 가난한 흙수저들 가운데 상당수가 세뇌되어 있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국가를 사유화하며 엄청난 착취를 하는(이윤을 극대화하는) 재벌들과 권력가들의 논리에 세뇌되어 있는 것이다.1%에게 세뇌되어, 1%가 주도하는 불의한 사회구조와 환경을 세우며 굳건하게 떠받드는 일에 협력하는 흙수저들이 허다하다. 물론 이 세뇌작업에 쓰임 받는 수단들이 많다. 교육, 사이비 언론, 군대, 종교 등이다. 집단적 세뇌는 왕조국가 북한에만 있는 게 아니다.

교회의 사유화

교회는 어떤가? 기독교회의 사유화 현상은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대체로 서기 4세기,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공인되면서부터 교회는 사유화되는 길로 들어섰다. 사회의 지배 계층과 유기적으로 연관된 소수 남성 성직자 계층이 교회권력을 독점하는 일은 그 사유화의 기초가 되었다. 아직까지도 기독교회에 시퍼렇게 살아있는 성직자중심주의는 교회의 사유화 구조를 굳건히 세우는 원리이다. 어느 개인이나 소수 집단에 의해 교회가 사유화되면 '하나님 나라의 국기國基'가 문란해진다. 예수복음의 본질을 잃어버리게 된다. 교회 권력자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복음이 심히 왜곡되고 변질된다. 이 문란함은 일반인들도 잘 저지르지 않는 죄악을 교회가 담대히 저지르게 하는 마력을 가져온다. 그 마력은 신(종교)의 이름으로 양심마저 아주 마비시킨다. 인간의 육신적 본능(성욕, 파괴적 공격성, 탐욕 등)이 마음껏 활개 치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왜곡된 종교심이나 왜곡된 믿음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중세기 로마가톨릭교회가 일으킨 십자군전쟁은 좋은 사례다. 교황을 정점으로 한 교회권력자들이 수십 년 간 주도한 그 전쟁을 통해 얼마나 많은 수탈과 살인과 강간을 저질렀는가. 북미 대륙으로 건너간 개신교도들은 또 어떤가. 원주민 수천만을 죽이고 흑인들을 아프리카에서 잡아다가 노예로 부린 만행을 앞장 서 저지른 역사도 좋은 사례다. 이런 광기어린 만행들은 모두 소수 집단이 사적 이득을 얻기 위해 교회를 사유함으로써 생긴 결과다.

오늘날 한국교회에 널리 퍼진 교회세습현상은 교회가 사유화된 단적인 증거다. 목회직의 무분별한 세습은 분명 교회의 사유화 현상이다. 이 현상이 확산될수록 하나님나라 복음은 희석된다. 왜곡되고 변질된다. 거짓복음이 난무한다. 예수 믿지 않는 기독교인들이 활개를 친다. 교회에서 신을 만드는 일이 일반화된다. 기독교 간판을 단 곳에서 맘몬신(금송아지)을 만들어 놓고 경배하며 춤추는 짓이 성행한다. 예수 이름으로 점을 치는 신령한 교회도 늘어나고, 예수 이름을 이용해 부자가 되거나 성공하라는 설교도 넘친다. 기도처소만이 아니라 건물이 번듯한 교회에서 복채를 받듯 헌금봉투를 받으며 점을 치는(예언기도) 사술도 횡행한다. 칭의稱義복음을 내세 천당 가는 티켓을 얻는 수단으로 둔갑시켜 버리기도 한다. 결국 그리스도 교회의 공교회성은 사라지고 사교성은 커진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한낱 종교적 친목단체로 전락되고 만다. 종교 비즈니스로 바뀐다.

사유화된 교회가 하나님나라의 국기를 문란케 하는 짓 가운데 으뜸은 사유화된 국가와 짝하는 것이다. 둘은 유착되기 쉬운 성향을 갖고 있다. 둘 사이는 악어와 악어새 사이가 된다. 이미 중세기 로마가톨릭교회 역사가 말해주듯 그 두 조직이 유착되면 역사는 아주 어두워진다. 민중의 삶은 피폐해진다. 역사는 퇴보하고 만다. 종교개혁을 거친 개신교회도 크게 보아 자본주의와 짝한 역사를 갖고 있다. 돈이 왕 노릇하는 사회에 걸 맞는 체질을 갖고 있는 것이다. 금송아지가 주인 노릇하는 사회를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는 역할을 주류 개신교회는 해왔다. 맘몬의 논리를 대변함으로써, 국가를 사유화하는 계층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매김을 주류 개신교회는 스스로 하고 있다. 이는 교회가 소수 지배계층을 위해 부역하면서, 그 지배 계층이 던져주는 떡 부스러기를 받아먹는 조직으로 전락되었다는 말이다. 소수 부자들을 위한, 부자들의 교회로 전락한 교회는 이미 교회의 공교회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사유화된 교회는 반드시 성령을 거스른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몸이 아니다.

오늘의 구원

오늘의 구원을 얻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무엇보다 복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복음의 본질은 십자가복음이다. 그런데 십자가복음의 뿌리는 출애굽 사건이다. 출애굽 사건의 알맹이는 역시 '탈출'이다. 바로 왕과 그 일당에 의해 사유화된 국가로부터의 탈출이자 해방이다. 동시에 사유화된 국가와 짝한 종교로부터의 탈출이다. 야훼 하나님을 모신 모세와 히브리 노예들은 이 탈출을 위해 사유화된 국가체제를 거부하고 ,그런 국가와 짝하는 종교를 거부했다. 물론 그들의 저항은 소극적 차원에 머물지 않았다. 그들은 자유롭고 평등한 사랑의 공동체를 지향하며 지속적으로 선한 싸움을 싸웠다. 그들은 연대하며 조직적으로 활동했다. 십자가사건은 이 출애굽사건의 정신이 확대, 심화, 발전된 것이다. 십자가 말씀으로 거듭난 사람들이 이룬 공동체는 '능력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나누는 공동체'였다.(사도행전 2장,4장) 이 공동체 사회야 말로 하나님나라의 모형으로서 그리스도교회와 국가가 함께 이 땅에 건설해야 할 세상이다.

교회를 사유화하거나 국가를 사유화하는 일은 인간이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인간의 내면에는 그 일을 하도록 집요하게 부추기는 요소가 있다. 그 요소들 가운데 '자기애'(narcissism)를 나는 가장 주목한다. 누구나 갖고 있어야 하는 게 '자기애'이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문제를 일으킨다. 지나친 자기애 즉 ‘병적인 자기애’는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강력한 욕망을 갖고 있기에 병적인 자기애자는 주변 사람들을 늘 조종하며 지배하거나 억압하고자 한다. 그는 어느 조직이 공익을 위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교회든 국가든 가정이든 직장이든 병적인 자기애자는 그것이 자기중심 즉 자기의 사적(이기적) 이득을 위해 항상 돌아가기를 갈구한다. 병적인 자기애는 때로는 비굴한 굴종을 낳기도 한다. 자신이 어느 조직의 중심 강자가 되지 못할 경우에 인간은 흔히 강자에게 빌붙어 강자의 허세를 부리곤 한다. 이 맥락에서 볼 때 우리 국가의 사유화에는 다수 국민의 책임이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한국교회 사유화에도 다수 일반 교인들의 책임이 있다. 교회든 국가든 그 사유화는 주도적으로 앞장 서는 사람들과 추종하는 사람들(대중)이 협력해서 만든 합작품이다.

사도 바울은 일찍이 '병적인 자기애'를 부각시켰다. 그는 디모데에게 보낸 목회서신에서 우리가 꼭 경계하고 베어버려야 할 것들 가운데 병적인 자기애를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너희는 이것을 알라.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르러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며(people love only themselves) ,돈을 사랑하며, 자랑하며 …. " (디모데후서 3:1-2)

예수 그리스도는 병적인 자기애를 극복하신 분이다. 국가가 사유화되고 교회도 사유화되어 고통이 가중되는 이때에 그리스도를 힙 입는 일은 매우 귀한 일이다. 병적인 자기애를 극복하면서 사유화된 교회나 국가를 바로 잡는 성령을 좇아 사는 일은 값진 일이다.

글쓴이 김달성님은 평안감리교회 목사이시며, '교회에서 신을 만드는 사람들'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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