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와 하나님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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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와 하나님나라
  • 김달성
  • 승인 2016.10.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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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선택을 촉구하신다

오늘도 경주지역에 두 차례 지진이 있었다. 오전엔 리히터 규모 2.3, 오후엔 1.6 이었다. 오후 지진은 한달 전 발생한 5.8 규모의 강진 이후 481번 째였다. 기상청은 오늘 지진도 지난 5.8 지진의 여진이라고 단정했다.얼마전 기상청은 여진 소식을 전하면서 앞으로 5.8 규모보다 더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 경북 월성 핵발전소

기상청과는 전혀 다른 분석을 하는 지진전문가들이 있다.한달전부터 일어난 경주지역 지진들은 앞으로 발생할 강력한 본진本震의 전조 현상이라는 주장이다.대표적인 학자는 가사하라 준조 교수다.(도쿄대학교 명예교수) 최근의 경주지역 지진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그는 앞으로 3~4개월 후 5.8 규모보다 더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충격적인 예측을 했다.아울러 그는 한국은 더이상 지진 안전국가가 아니기에 강진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이기화 교수(서울대학교)는 핵발전소가 밀집된 경상도 남동부지역은 활성단층이 많은 곳으로서 한꺼번에 그 단층이 깨진다면 규모 7.8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지진에 대한 대비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핵발전소 문제일 것이다.핵발전소 사고는 한번쯤 일어나도 되는 사고가 아니다. 그것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다. 이 나라에선 더욱 그렇다.당장 지진의 위험성에 노출된 경주지역 일대(부산,울산,경주)에는 가동중인 핵발전소가 11기나 된다.경주엔 핵폐기물 처리장도 있다.핵발전소가 밀집된 그 지역 일대에 사는 인구는 대략 400만명이다.(참고로 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원전 주변 즉 반경 30키로미터 안에 살던 인구는 20여만 명이었다.) 만약 부산-울산-경주지역에 있는 핵발전소 가운데 하나라도 중대사고를 일으킨다면 시민 400만명은 살던 곳을 즉시 떠나야만 한다.사고 원전에서 최소 반경 30키로미터 이내 지역에서는 반영구적으로 사람이 살지 못한다.어찌 보면 북한의 핵무기보다 더 위험한 게 남한의 핵발전소들이다.

최근 알려진 바에 의하면 ,원전당국과 정부는 경주 일대가 지진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활성단층대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도 그 일대에 핵발전소들을 계속 건설했다.방폐장도 지었다.위험성을 인지했지만 무시한 것이다.요즘 지진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신호가 나오고 강력한 지진 발생 위험도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원전당국과 정부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노후 원전 가동은 물론 핵발전소도 계속 건설 중이다. 왜 그럴까?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원전사고를 두 눈으로 보고도 왜 우리는 이리 태평할까?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서둘러 탈핵의 길로 가고 있는데 왜 우리는 핵발전에 여전히 매달릴까?핵발전소를 더 짓는 중장비 소리가 요란한 까닭은 도대체 무엇인가? 탈핵을 주장하는 시민들의 외침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깡그리 무시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우리 사회의 구조 속에 숨어있다고 본다.이 구조는 우리가 지난 수십년 동안 만든 것이다. 이 구조 이름을 '기업국가'구조라 하는 데 나는 동의한다.이 구조가 빚은 대형참사는 쉬지않고 일어난다.최근 대표적인 것은 세월호사건이다. 좀 거슬러 올라가면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 있다.502명이 죽임을 당한 이 사건은 1995년에 일어났다.이 사건이 1995년, 세월호 사건이 2014년에 일어난 것을 보면, 지난 1987년 소위 민주화 대항쟁 이후에도 우리 기업국가의 구조적인 악(조직적인 죄)은 변함없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밝은 대낮에 근해에서 304명의 시민을 수장시킨 세월호사건과 502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사건은 국가와 기업 사이의 유착관계 성격을 잘 보여줬다. 그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1998년 IMF 이후 기업(자본)이 더 정교하게 국가(정부)를 요리한다는 점이다.요리라는 말보다는 부린다는 말이 더 알맞을 것 같다. 기업은 본래 이윤의 극대화를 목표로 활약하는 생리를 갖고 있지만, 한국에서 그 정도는 자못 심하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재벌경제체제를 가진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더 심하다. 기본적인 자유시장경제질서마저 심히 교란하며 오로지 이윤의 극대화만을 위해 내달리는 대기업(재벌)들을 위해 국가(정부,관료사회 등)가 수종들거나 봉사하는 기업국가의 구조가 있는 한 대형참사는 피할 수 없다.예약되어 있는 것이다. 삼풍백화점 참사를 보자. 당시 삼풍그룹은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상가건물을 백화점으로 불법 개조했다.게다가 백화점 매장을 최대한 넓히고 탁트인 시야를 확보하려고 기둥과 벽도 과감히 허물었다.이 과정에서 관련 기관과 공무원들은 관행대로 뇌물을 받고 기업의 수족 노릇을 기꺼이 했다. 오로지 더 많은 이윤 창출에 매진한 삼풍은 건물이 무너지려는 징조가 보여도 통크게 영업을 계속했다.그 기업과 관료들에게 인간의 목숨이나 생명은 뒷전이었다.결국 502명은 죽은 게 아니라 죽임을 당한 것이다. 기업국가에서 일반 국민(시민)은 한낱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수단(재료)에 지나지 않는다.거기서 인간은 다만 인력(물건)일뿐이다.

핵발전소에 대한 거짓말이 있다.가령, '핵발전의 원가는 싸다.' ,'핵발전은 환경친화적이다.' , '핵발전은 안전하다.'등이다.'원가가 싸다.'는 말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그 거짓은 금방 드러난다.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은 거의 영구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그런 비용 등은 쏙 빼놓고 계산한 원가를 갖고 다른 발전 원가보다 싸다고 선전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에 가깝다. 일찍이 일본의 양심적인 핵전문가들이 말했듯이 핵발전소는 '화장실 없는 맨숀아파트' 같다.매우 유해하고 위험한 핵폐기물을 반영구적으로 안전하게 보관하거나 저장할 기술이 인류에게 아직 없는데 무턱대고 먼저 건설하고 가동중인 게 핵발전소다. 그러면 지금만이 아니라 후손 대대로 막대한 부담과 엄청난 폐해와 재앙을 가져올 핵발전소를 온갖 거짓말을 하며 건설한 이유는 무엇일까.그 이유는 기업국가의 생리에 있다. 오직 이윤의 극대화에 몰두하는 기업과 그 기업에 봉사하는 국가, 이 둘 사이의 어두운 유착 관계성이 핵발전업계 속에도 깊이 스며들어 있기에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원전사업이 버젓이 번창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선 그것도 인구밀집지역,활성단층대에 10개도 넘는 원전을 통크게 세운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야만적인 기업국가를 지양해야 한다.기업과 국가의 검은 유착관계를 끊어야 한다.소수 대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해 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위협하는 정책을 펼치는 국가를 견제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신자유주의(노쇠한 자본주의)의 첨단을 걷고 있는 한국사회의 매우 불평등한 구조의 변혁 없이는 평화(안위)는 물론 성장도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조항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국가의 부당한 행태를 견제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국가는 1% 가진자 계층을 위한 봉사기관이 아니다.그것은 오히려 99% 국민 편에 서야 하는 기관이다.그것은 돈보다 인간,이윤보다 생명,약육강식보다 공정한 분배를 도모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오로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매진하는 소수 계층을 위해 성실하게 복무하는 국가는 조직폭력배 집단만도 못하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도래하는 하나님나라는 기업국가와 첨예하게 부딪힌다.기업국가가 기획하고 운영하는 핵발전사업을 거부하며 탈핵을 추구한다. 왜냐하면 그 나라는 돈보다 인간,이윤의 극대화보다 생명,약육강식보다 평등한 공존,착취 대신 이윤의 공정한 분배를 추구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그 나라는 궁극적으로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나누며 사는 공동체(사도행전 2장,4장)를 지향하기에 기업국가와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그 나라는 1:99로 심히 양극화된 사회에서 99% 편에 선다.분별 있는 사랑을 하시는 하나님이 99% 편에 서시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 나라는 수령주의에 입각한 북한의 왕조국가만이 아니라 기업국가와도 불협화음을 낸다.하나님나라는 인간이 수령 노릇하는 사회나 돈(자본)이 왕 노릇하는 사회와 조화를 이룰 수 없다. 그 나라는 자본이나 인간이 왕 노릇하는 사회를 해체하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중세기 종교개혁 이후 5백년 동안 개신교회 교리의 중심을 차지해온 칭의란 무엇인가? 그것은 예수께서 선포하시고 실천하신 하나님나라 복음의 구원론적 표현이다.사도 바울은 예수께서 선포하신 하나님나라복음의 구원론적 표현을 위해 여러 가지 비유(Metaphor)들을 사용했다. 그 중에 하나가 칭의다.칭의는 소위 구원의 서정(order)에서 단지 성화 앞에 놓여지는 하나의 단계가 아니다.칭의나 성화는 각각 앞서 말한 다양한 비유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예수를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얻는다(以信稱義)는 칭의는 지금 여기서부터 하나님나라에 들어가는(getting in) 것이다.단지 하나님나라에 들어가는 것만이 아니라 그 나라에 머무르며(staying in) 사는 것이다. 그런데 '나라'라는 개념은 기본적으로 통치의 개념이기에 하나님나라에 들어가 산다는 것은 곧 하나님의 주권적인 지배를 받으며 사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니까 칭의의 은총을 받은 사람은 이제까지 자신을 지배하던 흑암의 권세를 벗어버리고 하나님의 지배를 받는 삶을 살게 된다.가령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나 탐욕의 지배를 받으며 살던 사람이 사랑과 생명이신 하나님의 지배를 받는 사람으로 변화된다면 , 그 사람은 칭의의 은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오로지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의 논리,기업국가의 논리를 따라 살던 사람이 생명의 충만을 위해 사는 사람으로 변화된다면 그 사람은 칭의의 은총을 받은 것이다.그런 사람을 하나님은 용서하시고,속량(redemption)하시며 새삶의 길을 열어주신다. 이제까지 잘못 살아온 죄를 사하시고 이제 하나님적 생명으로 살도록 은총을 베푸신다. 그 사람은 이제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의의 관계)에 들어간 것이다.바울은 골로새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이 칭의에 대한 가르침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그가 우리를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내사 그의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으니 ,그 아들 안에서 우리가 속량 곧 죄사함을 얻었도다."(골로새서 1:13-14)

국토면적당 원전 밀집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한국에서 교회는 무엇인가. 교회는 누구인가. 한국교회는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하는가? 한국교회는 무슨 설교를 하는가. 한국교회의 목회자와 교인들은 무슨 기도를 하는가.

울산에 사는 지인의 이야기다. 제법 큰 교회에 출석하던 장로인 그는 얼마전 주일예배 도중 교회를 뛰쳐나오고 말았다.설교를 듣다가 "허,참, 말도 아닌 소리 하고 있네!"하고 외치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그는 기복신앙에 빠진 교회에 더이상 출석하고 싶지 않았다.돈이 왕노릇하는 사회에서 예수 복음을 이용해 부자가 되거나 남보다 높아지라고 부추기는 설교를 더이상 들을 수 없었다.그는 '묻지마 성공신화'를 복음으로 선포하는 교회에 염증을 느꼈다.칭의의 복음을 단지 내세 천국에 들어가는 입장권을 얻는 수단으로 전락시킨 교회, 그럼으로써 방종한 생활을 오히려 도모하는 교회를 더이상 감당할 수 없었다.그는 기업국가 논리를 철저히 따르며 혹세무민하는 교회를 이해할 능력을 다 소진하고 말았다.그는 생명이신 예수를 주로 모시고 사는 삶을 방해하는 교회를 거부하고 만 것이다.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선택을 촉구하신다.기업국가를 좇을 것인가,하나님나라를 좇을 것인가? 이윤을 극대화하는 논리를 따를 것인가, 생명의 논리를 따를 것인가?흑암의 지배를 받을 것인가, 하나님의 아들의 지배를 받을 것인가? 핵발전의 길로 갈 것인가, 탈핵의 길로 갈 것인가?

글쓴이 김달성님은 평안감리교회 목사이며, '교회에서 신을 만드는 사람들'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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