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인 마지막 '포도밭예술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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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시인 마지막 '포도밭예술제' 열려
  • 류기석
  • 승인 2016.09.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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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포도알 속에는 많은 사연 담겨 있어

올해도 어김없이 정성껏 재배한 ‘유기농포도’가 수확기를 맞았다. 그리고 맛과 향이 뛰어난 유기농 포도도 판매한다고 한다. 포도는 병충해가 많아 농약을 달고 산다. 그래도 일반포도는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걸고 값싸게 길거리나 마트에서 잘 팔려나간다.

   

하지만 이른 봄부터 포도송이 한 알 한 알에 정성과 사연이 담긴 유기농포도는 우리사회에서는 외면하기 일쑤다. 포도 값도 문제이나 특별한 맛과 향 그리고 사연이 있는 문화로 아는 사람들이 아니고는 찾지 않아 농부시인의 철학이 담긴 유기농포도 판매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아래의 글은 농부시인 류기봉의 포도밭에서 전해온 소식이다. 참고 바란다.

“포도 수확합니다.
포도알 속에는 바람소리, 새소리와
장현리 포도밭 주인장의 많은
사연들이 들어 있습니다.
올해는 더 깊은..
다른 농부처럼 잘 가꾸지 못했습니다.
아파도 약을 먹이지 않았고
인스탄트 비타민과 단백질도 먹이지 않았습니다.
벌레가 먹기도 하고 폭염에 잎도 타들어갔습니다.
자연이 돌보는 대로 그냥두었습니다.
자연은 좋은 농부지요.
저는 그저 융내만 낼 뿐..

유기농포도판매합니다.
010-3346-2859로 주문하시면 아침이슬 먹은 포도 따서, 오후에 서울, 경기 일원에 배달됩니다. 5상자 이상이면 배달료 받지 않습니다. 최대한 빨리 배달해드립니다.”

   

오늘(9월3일) 오후 2시 ‘포도밭 시인’ 류기봉이 주관하는 제19회 포도밭예술제가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장현리 류기봉 시인의 포도밭에서 조촐하게 진행됐다. 이 자리는 김춘수 시인을 생각하며, 추모하는 특집으로 꾸며졌고, 서정춘 시인의 회고사, 노향림 시인의 추모시, 박주택 경희대 교수의 강연과 전통공연 등이 펼쳐졌다.

19년 전 IMF로 괴로워하는 류기봉 농부시인에게 김춘수(1922~2004)시인은 프랑스의 포도밭에서 진행되는 문화축제를 귀띔해 주면서 “마침 시를 쓰고 포도농사를 짓는 류 군이 제격이네, 한번 해보세요.” 라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된 포도밭예술제가 올해로 열아홉 번째를 맞은 것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많은 웃음과 기쁨이 있었습니다. 보람도 컸습니다. 42년 전, 남의 땅을 빌려 잡목을 베고, 거친 돌을 옮겨 힘겹게 개간한 유기농 포도밭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은 제게 영원한 선물을 주지 않았습니다. 추억은 별처럼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고심 끝에 김춘수 선생님을 추모하는 것으로 예술제의 마지막을 정리하고자 합니다.”라며 시인은 만감이 교차했는지 조금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올해 열 아홉 번째를 맞아 '포도밭예술제'를 준비한 류기봉 농부시인의 인사말

그동안 장현리 포도밭에서 이어졌던 포도밭예술제가 마지막이 된 까닭은 포도밭 땅 주인이 여러 번의 바꿨는데 최근의 토지 주는 다른 용도로 개발할 것이라는 뜻이 알려지면서 포도밭 축제는 올해로 막을 내리게 됐다.

한편, 언론을 통해 류기봉시인의 포도밭예술제 사정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여러 지자체와 기관에서 예술제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희망을 전해온 것이다.

이번 포도밭에서 치러진 마지막 예술제는 대구의 시전문지 “시와 반시”와 함께 했고, 시와 서예 그리고 판소리와 창, 춤 등이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포도밭 예술제를 마무리 짓는 류기봉 시인은  "우리 어느 둑길에서 반갑고 즐겁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그동안 동참해주신 선배, 동료, 예술인들께 깊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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