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의 신비한 행복을 만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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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의 신비한 행복을 만끽하며
  • 박철
  • 승인 2016.08.27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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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하든 놓는 마음으로 하라. 완전한 평화와 자유 얻을 것이다

인생은 소모하는 것이다. 긴 여행 끝에 평평한 등을 가진 낙타처럼 모두 쓰고 가는 것이다. 40Km가 넘는 긴 마라톤 경기의 결승점을 통과한 선수에게 아직도 뛸 힘이 남아 있다면 경기에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모든 것을 쓰고 남겨놓은 것 없이 가야하는 것이 인생이다. -구본형의 <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중에서-

   

옛말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남이 잘 사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우리들 속내가 묻어나는 속담이다. '땅을 산다'는 것은 '잘 산다'는 것으로 결국 경제적 부의 축적, 물질적 풍요만을 염두에 둔 의미로 해석된다.

'잘 산다'는 의미가 좋은 집에 살면서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의미로 국한된 것은 아마도 한국동란 이후 물질적인 궁핍 속에서 우선 요구되던 풍요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잘산다는 말의 본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경제적인 풍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이 잘 살기 위해 물질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든지 있다. 우선 마음이 편해야 하고 정신적으로 즐겁고 나아가 생의 보람, 기쁨 등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것들을 누리기 위해 물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이 많고 물질이 많다고 해서, 또 가지고 싶은 것을 모두 손에 넣었다고 해서 마음에 평안이 오고 즐겁고 보람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물질적인 풍요가 정신적인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고, 채울 수 없는 욕망만을 가져다주기가 더 쉽다.

우리에게 잘 사는 것이 돈 잘 벌고 잘 쓰는 것과 동의어로 간주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경제력보다, 물질 보다, 돈보다도 다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오로지 눈에 보이는 겉치레에 매달리기보다는 마음의 치장에 더 신경 써야 하며 진정한 행복 추구에 마음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수 세기를 이어내려 온 찬란한 건축물의 위용에 압도당하게 된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된 보석 장식의 왕관과 화려한 장식물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이것을 머리에 쓰거나 몸에 걸치고 살았을 당시의 인물들이 부럽기 보다는 측은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들은 당대에 그 엄청난 무게를 이고 지고, 몸에 지니고 살았지만 결국 그것들은 수 세기 후에 유리관 속에 넣어져 우리 같은 관광객들의 눈요기 감 이상이 되지 못한 것이다.

역사는 화려함의 극치 뒤에는 언제나 편화(便化)의 시대가 뒤따름을 교훈한다. 미학적으로도 화려하고 번잡한 것이 유행하면 반드시 그 뒤에는 단순하고 간편한 것을 선호하는 취향이 각광을 받게 되는 것처럼 이제 우리도 꾸미고 채우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하나씩 비우고 나누는 일에도 힘을 써야 한다. 정신없이 닥치는 대로 가리지 않고 먹어서 살이 찌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찐 살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다이어트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부의 축적이 결국 평안한 삶을 위협하는 거추장스런 살덩이에 불과하다는 판단이 섰다면 이제 선택은 한 가지 뿐이다. 나누고 베풀어야 한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건강과 평안, 행복을 위해서. 나눔은 빈자와 부자 모두를 위해서 필요하다. 부를 나누면 기쁨과 보람을 얻는다. 소중한 것을 버릴 때 진짜 소중한 것을 얻고, 쓸모없는 것을 버릴수록 쓸모 있는 것이 더 채워진다.

   

자신을 비울 때 삶의 더렵혀진 때가 씻기고, 문제와 혼란은 잠잠해지고, 앞길과 비전은 뚜렷해진다. 베푸는 삶은 마음속에 끊이지 않는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기심을 통해 나오는 "잃었다!"는 탄식을 나눔을 통해 나오는 "주었다!"는 고백으로 바꾸고자 할 때 '버림의 신비한 행복'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놓는 마음으로 하라. 어떠한 보상이나 칭찬도 기대하지 말라. 조금 놓아버리면 조금의 평화가 올 것이다. 크게 놓아버리면 큰 평화가 올 것이다. 만일 완전히 놓아버리면 완전한 평화와 자유를 얻을 것이다." (달라이 라마)

-박철 목사(좁은길교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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