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머물러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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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머물러 사랑하기
  • 박철
  • 승인 2016.07.2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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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내면을 응시하며 주문을 겁시다

'영혼이 따라오기를 기다리며 잠시 말을 세우고 기다린다'라는 인디언 이야기가 있습니다. 거친 황야에서 낙원을 향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달리기만 하다가는 영혼이 미처 뒤따라오지 못한다는 말이지요. 급속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21세기의 디지털 시대에 가속페달을 밟으며 살아온 우리도 영혼을 기다리는 인디언처럼 자신의 인생을 한번 뒤돌아 볼 때입니다. 21세기는 디지털 시대요, 네트워크 사회입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지요. 변혁의 시대, 정보화시대에 어떻게 변해야 되는가. 스스로 선택해야 할 시대가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속도의 시대는 어떤 면에서 한국 사람에게 딱 들어맞는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의 특기가 바로 '빨리 빨리'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에 가면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하면 그들이 알고 있는 한국말은 어김없이 '빨리 빨리'라는 단어라고 하지요. 무엇을 해도 '빨리 빨리' 쉬는 것까지도 '빨리 빨리'하는 우리들의 특별한 특성 때문에 속도가 중요한 디지털 산업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휴대폰도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변화속도는 가히 '빨리, 빨리'가 전공인 한국 사람조차도 현기증을 느낄 정도가 아닌가 합니다.

이러한 빠른 변화의 속도는 자연히 삶의 리듬을 빠르게 만들고, 생활은 점점 더 바빠지게 됩니다. 이러면서 바빠지는 것은 비단 생활만이 아니지요. 마음도 분주하고 쉼이 없습니다. 이렇게 바쁜 시대에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바쁘니까 시간을 절약하는 더 좋은 기술이 필요한 것일까요? 좀 더 진화된 휴대폰과 첨단 기술이 있으면 바쁘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반대일 것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바쁜 세상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더 빨리 달려가게 해주는 기술이 아니지요. 바쁜 세상에서 더욱 필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사람들의 걸음걸이로 걸어가게 해주는 그런 일종의 느림에 속한 어떤 무엇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한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인 영적 존재로써 살아가려면 삶의 빠른 속도보다 '삶의 방향'을 알게 해주는 무엇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요. 바로 그러한 삶의 차원은 기술이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현대문명이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것이고 기술의 세계관에서는 결코 보이지 않는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인생의 본질적인 차원, 영적 차원에 대해서 눈을 열어주는 것이 무엇일까요? 기술을 통한 편리와 풍요를 넘어서서, 세상에서 사는 존재의 의미를 알게 해주는 영적인 차원을 열어주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기도입니다. 기도는 기술지상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반드시 회복해야 하는 생명줄 같은 것이지요.

바쁠수록 느림이 필요하고 기술의 시대일수록 기도가 더욱 필요합니다. 속도가 빠른 자동차일수록 브레이크가 더 필요한 것과 같습니다. 너무 바쁘기 때문에 더욱 기도해야 한다는 진리, 이것을 우리는 그리스도의 삶을 통해서 잘 배워야 하겠습니다. 한적한 곳을 찾아 고요히 머물며 기도하며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절실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중세시대 수도사들은 '스타티오(statio)' 수행을 했다고 합니다. 스타티오는 라틴어로 '머물고 있는 자리'라는 뜻입니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자신이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의 의미를 묵상하는 것입니다. 한 가지 한 가지 여유를 갖는 것, 책을 읽은 후 잠시 내용에 대해 묵상하거나, 전화를 하기 전에 그를 위해 기도하는 등....

   

우리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자기를 보지 않으면 '빨리빨리'를 외치는 세상의 파도 속으로 밀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느려야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사랑하는 일, 자연이나 사물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음, 저녁에 가족들과 차 한 잔을 나누면서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격려하는 일 등입니다. 천주교 신자들이 십자가 성호를 긋듯이 자기 내면을 응시하며 주문을 겁시다. "고요히 머물러 사랑하기!"

박철 목사(좁은길교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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