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토요일 오후 비가 내리는 가운데 명동성당 앞에 종교인들이 모였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5개 종단의 환경단체들의 네트워크인 ‘종교환경회의’가 서울 탈핵 순례 길을 시작하는 자리였다.

사방팔방으로 퍼지는 경종의 열 번 울림으로 시작되었다. 이어 각 종단이 함께 드리는 ‘탈핵세상을 위한 종교인 공동기도문’이 낭독되었고, 명동 길을 걸어 인사동, 조계사 앞까지 걷는 동안 내내 탈핵을 향한 종교인들의 마음은 세상으로 전해졌다.


침묵 가운데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그 자리에 ‘탈핵, 평화’를 새기었다. ‘지금 당장’ ‘지금 여기’에서부터 작은 것으로 탈핵의 길을 걷고 있는 종교인들이기에, 핵이 아닌 자연에너지로 전환된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함께 그 길을 걷는다(서울 종교인 탈핵 순례는 한달에 한번 진행되고 있습니다).
<탈핵 세상을 위한 종교인 공동기도문>
법신불 사은이시여, 한 나라가 아니 지구공동체가 무너질 수도 있n나 싶었던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참사가 발생한지 5년이 되었습니다. 후쿠시마 참사 이후 대부분의 나라들이 원전을 폐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핵발전소 확대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어리석고, 무모한 일입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하자마자 우리 종교인들은 핵과 인류는 공존할 수 없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 이후 핵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종교인들이 결단기도회와 단식 등 핵발전소 반대와 나아가 탈핵을 위한 행동을 이어왔습니다. (원불교)
생명의 주님, 우주는 당신이 지으신 작품이며 인간은 창조의 꽃입니다. 삼라만상은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입니다. 당신은 모든 만물 안에 당신의 신성과 능력을 두셨습니다. 만물은 창조와 선한 원리를 따라 당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당신을 추구하며 당신의 창조섭리를 찬미합니다 (개신교)
신실하신 한울님,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세상은 당신의 뜻입니다. 처음부터 만물은 한 식구이며 형제자매입니다. 이 숭고한 가치를 한 순간에 붕괴시킬 수 있는 위험이 핵무기나 핵발전소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는 대량의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방류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주변에선 갑상선암 발생률이 50배를 넘고 있으며, 일본 국토의 절반 이상이 방사능으로 오염되었고 희귀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등 후쿠시마 참사는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천도교)
대자혜이시며 대자비하신 부처임, 욕망에 눈이 어두어 무분별한 개발과 생명파괴를 일삼아온 과거로 인해, 지금 우리에게 직면한 이상기후와 환경재앙이 자업자득으로 돌아오는 독화살임을 깨닫습니다. 개발 이익에 눈먼 자들이 자연과 인간을 갈라놓고, 인간과 인간을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벼랑 끝 나무 가지에 매달린 우매한 인간과도 같습니다. 세월의 흰쥐가 나무뿌리를 갉아먹고 있는데도 떨어지는 몇 방울 꿀에 취해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어리석은 인간말입니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우리 자연의 순수하고 거짓없고 겸허한 무정설법을 그대로 듣지 못하고 부처님 법신을 해하려 하는, 우리의 무지함에 지혜의 광명을 비추시어 탈핵의 길로 가게 하옵소서.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불교)
평화의 하느님, 오늘 핵이 없어야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 종교인들이 핵 없는 세상을 염원하며 신고리 5,6호기 신규건설 승인 반대를 위해 모였습니다. 이미 세계는 탈핵이라는 대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은총을 내리시어 신규핵발전소 승인을 백지화하여 이 땅에 핵 없는 세상을 이루어가는 첫문을 열게 하옵소서. 탈핵운동에 한국 종교가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시고, 전 국민이 동참할 수 있도록 이 순례의 길을 인도하옵소서. (가톨릭)
이 모든 말씀을 모든 생명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