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때문에 아름다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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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때문에 아름다운 사람
  • 박철
  • 승인 2016.07.0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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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슬픔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의학용어 가운데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이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적인 재(再)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며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질환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지요.

그러나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극한 상황은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그런 상처들이 있지요. 사람은 누구나 일생동안 잊혀 지지 않는 충격적 사건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상처들이 있지요. 상처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예를 들면,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극심한 폭력을 당했다든가, 특히 성(性)과 관련한 부끄러운 사건들이 있다든가, 또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몬 결정적 실수가 있다든가, 누군가에 굴욕적 상황 속에서 무릎 꿇어야 하는 사건이 있었다든가… 하는 아픈 상처들이 있습니다.

‘상처’ 하니까 생각나는 시인이 있습니다. 정호승 시인입니다. 그는 유독 ‘상처’에 천착하여 많은 시를 발표했습니다. '슬픔'의 정서와 '사랑'은 정호승의 시학의 원형질입니다. 그의 시에 나타난 '슬픔'은 격렬한 감정변화가 없고 한결같이 차분하고 관조적인 성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슬픔의 정서는 가난하고 소외된 민중들의 슬픔을 인식하고 그 고통을 극복하려는 모습에서 잘 드러납니다. ‘슬픔’ ‘상처’를 노래한 그 대표적인 시 가운데 ‘풀잎에서도 상처가 있다’, ‘슬픔이 기쁨에게’, ‘상처가 스승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수선화에게’ 등이 있습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습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고, 꽃잎에도 아픔이 있다는데, 하물며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어쩌면 상처투성이인 채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싱싱한 풀잎이고 예쁜 꽃잎이었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며 살아 왔을까요? 상처가 아물면 새살이 돋습니다. 그런데 상처 자리에만 머물러 있으면 한이 되고, 원망이 됩니다. 따라서 그 상처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사람의 시각이 아닌 하늘의 섭리로 보면 생채기는 자연스러운 인생의 표상일 수 있습니다. 하여 새살을 통해서 우리는 상처 많은 꽃잎이 더 향기로운 것처럼 상처 많은 영혼이 더 깊고 그윽한 향기를 발하는 것을 보게 되지요.

상처 많은 풀잎이 내가 혹은 당신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손을 흔들며 격려해 주기도 하고, 저녁놀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기도 해 주기 때문입니다. 상처를 치유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위로와 용기를 북돋워 주어야 한다는 것이 시인의 생각입니다.

이 세상에 슬픔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슬픔 때문에, 그 상처 때문에 생각이 삶이 더 아름답고 그윽하고 향기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수선화에게

 박철 목사(좁은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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