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오지의 겨우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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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오지의 겨우살이
  • 류기석
  • 승인 2009.10.1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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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그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중국 예수가정교회의 한 지도자가 “우리는 모두 평등하기 때문에 지도자는 가장 천한 작업을 할 수 있는 특권을 갖지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들의 규칙은 누구든지 지도자가 되고자하는 사람은 자기의 토지를 팔고 그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의 수확을 그들보다도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스스로의 생계에 관해서는 진정으로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살았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종교, 우리들의 교회에는 수평적인 평등보다는 수직적인 불평등 지도자가 참으로 많이 있는 것 같다. 가장 천한 작업은커녕 온갖 특권은 다 가지고 말이다. 성 베네딕트는 “노동하는 것은 기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흙을 만지거나 노동을 해보지 않는다면 구원에 이르는 길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작년 이맘 때 쯤 인 것 같다. 우연하게 자연을 닮은 사람들 커뮤니티 게시판에 눈에 띄었던 것은 다름 아닌 씨앗 나눔에 대한 글을 접하다가 봉화 우구치리라는 오지에 사시는 김경자(47세)님을 알게 되었다. 자주 봉화를 오고가는 터라 봉화를 여행할 계획이 생겨 올봄에 찾아보았던 것이다.

▲ 경북 봉화군 춘양면 우구치리에 있는 농촌마을 전경 ⓒ 2007-04-19 [ 류기석 ]

봉화군 물야면 가평리에 있는 계서 종택을 둘러보고 지름길인 오록리 삼거리에서 직진하여 오전약수에 오르니 눈길이라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래도 계속 산허리를 돌아 고갯길 정상쯤에 당도하니 눈이 제법 많이 쌓여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뉴프라이드는 조금도 동요 없이 산을 넘고 있었으나 더 이상은 무리인 것 같았다. 비상사태를 선포하고는 동행했던 역사문화연구가 이병화(60세)선생님과 함께 주위에 있는 모래를 풀어 눈길에 뿌렸다. 얼마 후 사륜구동 트럭 한대가 요란한 굉음을 내면서 산 정상을 유유히 넘어가는 모습에서 기운이 빠져 버렸다. 재차 시동을 걸고 악세레다를 서서히 밟으니 차가 미끄러지기에 포기를 하려는 찰나에 차는 사뿐히 정상에 올라섰다.

이른 봄날의 햇살은 밝았으나 서둘러 가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어두움이 몰려올 것만 같은 산골오지,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는 봉화에서도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마을이라 서벽이다. 태백산, 문수산과 구룡산, 청옥산, 선달산 등 해발 1,200M가 넘는 험준한 준령들이 즐비하게 병풍을 두른 곳이다. 산을 내려오면서 서벽3리 김진우 새마을지도자님 댁에 들러 국화차를 마시며 담소하고는 서둘러 서벽을 넘어 우구치리로 향했다.
 
구룡령을 넘을 쯤, 갈 길은 바쁜데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하금정에서 상금정으로 오르니 길을 잘못 들었다한다. 또다시 차를 영월쪽으로 돌려 나가다가 와흥골입구 표지판을 보고서야 안심하고 계곡으로 들어 설 수 있었다. 산골오지의 집들에서는 저녁밥을 짓는지 연기가 피어오르고 마을 분에게 김경자님이 사시는 집을 물으니 초입에 빨간 기와집을 가르쳐 준다.

집은 하나인데 안으로 들어서니 여러 가구로 나뉘어 있는 듯 했다. 우선 전화상으로 매우 명랑하게 느껴지면서 체격은 뚱뚱한 분일 것이라는 상상은 완전히 빚나갔다. 마른 체격의 김경자(47세)님께서 따스한 미소로 맞아주었고, 남편인 류재동(47세)님께서는 밖에서 화목난로의 장작을 지피신다.

▲ 한 지붕 여러 가족이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는 유재동, 김경자님의 연립주택 ⓒ 2007-04-19 [ 류기석 ]

실내공간은 18평 쯤 되어보였고, 부엌과 거실이 일체형으로 안방, 사랑방, 화장실이 조밀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더욱 특이했던 것은 안방에 구들장을 새로이 만들었는데 흙침대를 연상케 했다. 안방구들과 연결된 아궁이 공간은 솥단지를 설치하여 데운 물은 호수로 세면장으로 흘러가도록 연결시켜놓아 일석 3조의 효율성을 증대시킨 것이 인상적이었다.

▲ 안방에 새로이 만들어 놓은 구들장이 있어 좋았다. 찜질방으로의 용도 가능함 ⓒ 2007-04-19 [ 류기석 ]

오지의 농촌에서 만난 유재동, 김경자님 부부는 봉화에서 2년차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고, 이곳에 오기 전에는 홍천과 봉화, 청송 등을 거치면서 농사에서도 서서히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다. 홍천에서는 배추농사로 대박을 터뜨려 1톤 트럭 한 대당 100만원의 수익도 올렸다고 하니 그 시절 농사로 많은 재미를 보아 화물차도 구입했던 모양이다.

작년한해 동안의 농사는 감자, 야콘, 고구마 등이 주력품목 이었으나 잦은 비로 인하여 흉년을 맞았고, 올해는 콩 농사를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환하게 밝혔다. 밤이 늦도록 김경자님의 야무진 종교적 신념 등을 전해 들으면서 봉화 우구치리에서의 깊은 밤을 맞았다. 잠자리는 부부가 정성껏 마련해 놓은 흙으로 만든 찜질방에서 편안하게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 아침식사로 준비 된 사과와 야콘이 먹음직 스럽게 보인다. ⓒ 2007-04-19 [ 류기석 ]

특별히 김경자님 가정이 기억되는 것은 아침식단에 있었다. 잘 먹고 잘 살자! 라는 웰빙을 넘어, 건강하게 지속가능한 삶을 살자! 라는 로하스까지 다 경험한 것 같다. 신선한 사과, 야콘, 고구마, 꽃가루, 들깨, 청국장, 라이스페이퍼, 현미 쌀 지편, 땅콩, 호두, 밀 뻥 튀김, 두리안(열대과일), 생식가루까지 모두 13가지의 살아있는 진수성찬을 대접받았다. 이런 신선하고 건강한 아침상을 받아보기란 어려운 것이라 더욱 뜻 깊은 아침시간을 보낸 것 같다.

▲ 아침식사로 나온 열대 과일인 두리안을 처음으로 맛 보다. ⓒ 2007-04-19 [ 류기석 ]

아침햇살이 중천에 밝게 떠오를 무렵, 두부부와의 대화를 마치고는 고구마 한 상자를 사서 차에 싫고는 다음을 기약했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 우구치리 김경자님(017-814-7667)은 천연 꿀, 통밀(1Kg 5,000원), 차콜, 죽염(3번 구운 죽염 500g 14,000원, 9번 구운 죽염 500g 54,000원), 감자, 야콘, 고구마, 청국장, 두리안 등 직접 거래가 가능하다고 했다. 필요하신 분들의 많은 이용 바란다.

▲ 우구치리에서 종합셋트로 나온 아침식사가 먹음직 스럽다. ⓒ 2007-04-19 [ 류기석 ]

우구치리를 빠져 나오면서 기존의 농촌마을들이 개선해야 할 것들 중에 하나는 주변과 어울리는 생태적인 건축의 부재다. 농촌에서는 자연다움의 재료로 만들어진 건강주택과 심성을 가꿀 수 있는 정원을 가꾸기를 제안하면서 우리의 역사와 전통문화가 담긴 생활방식도 고려했으면 한다.

과거 독립운동가들의 근거지였던 봉화와 영월이 교차하는 우구치리의 역사성과 구룡산을 중심으로 울창한 숲을 가진 금정마을의 아름다운 산천들이 천연을 동경하는 사람들의 영원한 오지로 남기를 기원해 본다. 그리고 농촌에서 농업공동체로 살아가는 수많은 농투성이 농부들이 매일 매일을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라며, 선달산 북쪽 깊고 구비 진 길을 통하여 단종의 혼이 살아 숨 쉬는 영월로 발길을 옮겼다.

▲ 아침식사로 나온 꽃가루와 들깨, 청국장 ⓒ 2007-04-19 [ 류기석 ]

 

▲ 해발 13,000M의 구룡령을 넘으며, 마지막 눈쌓인 산하를 굽어보았다. ⓒ 2007-04-19 [ 류기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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