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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福) 받지 못해도 착하게 살아야
악한 일 할수록 잘만 살아가는 세상
2016년 06월 07일 (화) 15:22:06 박석무 dasanforum@naver.com
『노자(老子)』 58장에 “화(禍)는 복이 의지해 있는 곳이고, 복은 화가 숨어 있는 곳이다”라고 말하여 화에서 복이 싹트고 복에 화가 숨어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런 뜻과 유사한 내용으로 다산은 말했습니다. “즐거움은 괴로움에서 나오니 괴로움이란 즐거움의 뿌리이다. 괴로움은 즐거움에서 나오니, 즐거움이란 괴로움의 씨앗이다.”(贈別李重協虞候詩帖序)라고 말하고는 “사리에 통달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이치를 알아서 화와 복의 원리를 살피고 성쇠(盛衰)의 운수를 헤아려 어떤 상황에서도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하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즐거움과 괴로움의 관계, 화와 복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터득하여 그때마다 지혜롭게 대처하는 일은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참으로 중요한 일의 하나임을 알게 됩니다. 다산의 일생을 살펴보아도, 그의 삶에는 즐거움과 괴로움이 수시로 교체되었고, 화와 복도 반복되는 경우가 매우 많았습니다. 진사과에 급제하여 성균관에 들어가 학생의 신분으로 국왕 정조의 물음에 척척 답변하여 후한 칭찬을 받던 즐거움, 문과에 급제하여 초계문신에 발탁되고 한림학사에 임명되어 천하에 이름을 날리던 즐거운 때가 있었지만, 천주교 신자라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고 모진 고문을 당하며 국청에서 국문을 받아야 했던 괴로움은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괴로움의 화란은 집안 전체에 미쳐 처참한 불행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암행어사로 발탁되어 목민관들의 비리와 부정을 밝혀내는 등의 보람있는 일을 할 때의 기쁨, 목민관으로 재직하면서 백성들의 복지와 인권 향상을 위해서 소신껏 일하던 시절의 흡족함, 이러한 복 받은 일에서, 끝내는 18년이라는 긴긴 유배살이로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살아가던 괴로움, 이렇게 파란만장한 생애에는 언제나 화와 복, 즐거움과 괴로움이 반복되면서 삶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화를 당해도 괴로움의 극한에 처해 있을 때에도 다산은 끝내 좌절하거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이치를 제대로 깨닫고, 그러한 원리를 제대로 헤아려 최후에는 실학을 집대성한 대학자, 사상가, 의학자, 시인의 지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고 여겨집니다. 화와 복의 이치를 넉넉하게 이해했던 다산의 지혜가 그런 결과를 이룩해냈다고 생각됩니다.

“화와 복의 이치에 대해서는 옛날 사람들도 오래도록 의심해왔다. 충(忠)과 효(孝)를 한다고 해서 꼭 화를 면하는 것도 아니고, 방종하여 음란한 짓을 하는 사람이라고 꼭 박복하지만도 않다. 그러나 착한 행동을 하는 것은 복을 받을 수 있는 당연한 길이므로 군자는 애써 착하게 살아갈 뿐이다”(示二兒家誡)라고 말하여 화와 복의 알 수 없는 원리에서 달관해버린 다산의 지혜가 우리를 힘내게 해줄 뿐입니다.

착한 일을 하고 즐거움과 복을 받는 사람보다도 악한 일을 할수록 잘만 살아가는 오늘의 세상, 그래도 우리는 다산의 지혜에 머리를 숙이고 따라갈 수밖에 딴 도리가 없다고 인정할 뿐입니다.

글쓴이 /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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