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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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향기
  • 박철
  • 승인 2016.05.3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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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아닌 발효의 삶으로 살아야

20대 청년시절 어느 날, 나는 하릴없이 서울 장안동과 면목동 사이를 흘러가는 개천가를 거닐고 있었다. 살랑살랑 초가을 바람이 불고 저녁노을이 개천가 뚝방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내가 적당한 기분이 되어 개천을 가로질러 놓여있는 다리를 건너려고 하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생활하수와 산업폐수가 흘러가는 시커먼 오물 더미 위에 작은 들국화 한 송이가 오롯하게 피어 있었다. 어떻게 씨앗이 예까지 날라 왔으며, 또 어떻게 폐수더미 위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을까? 한마디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나는 몸을 기울여 그 꽃에 코를 갔다 댔다.


아, 그런데 그 작은 들국화에서 연한 향기가 피어올랐다.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그렇다. 아무리 세상이 썩고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고 할지라도 환경을 탓할 필요가 없다. 내가 한 송이 꽃과 같은 사람이 되면 된다.

아름다운 인생의 향기를 피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 후로 개천가 폐수더미에 오롯하게 피었던 들국화에 코를 갖다 대는 심정으로 세상을 대하고 사람을 대하게 되었다.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장사하는 사람은 물건을 사고파는 일을 화제를 중심으로 하고, 농부는 농사와 관계된 일을 화제로 삼고, 정치인들은 나라 안 밖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일을 화제로 삼는다. 이처럼 직업이 삶의 맛을 내고 색깔을 낸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인생의 향기를 풍기며 사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고약한 시궁창 냄새를 풍기며 사는 사람도 있다. 만나면 만날수록 좋은 느낌을 주고, 그래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나면 만날수록 나쁜 느낌을 주고, 그래서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자(前者)와 같은 사람을 만나길 원한다. 좋은 느낌을 주고, 위로를 주고,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는 사람을 만나길 원한다. 그러나 정작 나 자신은 어떤 향기를 풍기며 살고 있는 가에 대해선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나는 목사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세상을 살면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 송이 꽃과 같이, 아름답고 그윽한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자 미상의 이런 시(詩)가 있다.

한 나그네가 한 덩이의 진흙을 얻었습니다.
그 진흙에서는 굉장한 향기가 발산됩니다.
나그네가 묻습니다.
"너는 바그다드의 진주냐?"
진흙의 대답은 "아니요."
"그럼 너는 인도의 사향이냐?"
"그것도 아니요."
"그럼 너는 무엇이냐?"
"나는 한 덩이의 진흙일 뿐이요."
"그러면 어디서 그런 향기가 나오느냐?"
"그 비결을 말해 드릴까요. 나는 백합화와 함께 오래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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