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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과 제주도
제주의 옛 기생 만덕(萬德) 이야기
2016년 04월 07일 (목) 13:34:25 박석무 dasanforum@naver.com

 지난주에는 오랜만에 제주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주대학교 인문대학에서 운영하는 인문학최고지도자 과정에 특강 요청을 받고 찾아갔습니다. 역시 제주는 아름답고 다양성이 많은 섬이었습니다. 아직 만개는 아니었지만, 벚꽃이 한창 피어나기 시작하고, 유채꽃은 참으로 보기 좋게 만개하였고, 다른 많은 꽃들이 육지에서 찾아온 손님들을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나의 죽마고우 한 친구와 연락되어 밤이 늦도록 막걸리 한잔에 많은 담소를 나누고 잠자리에 들면서, 제주에 오고 보니 제주와 다산에 대한 이야기 하나를 생각해내고 그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많이 알려진 제주의 옛날 기생 만덕(萬德)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796년, 지금부터 200년이 훨씬 더 되는 때에, 기적(妓籍)에 실린 기생이던 여인 만덕이 정조대왕의 부름을 받고 나라에서 운영하는 역마(驛馬)를 통해 서울에 와서 임금을 뵙고, 그의 소원인 금강산 구경에, 중(僧)들이 띰은 가마를 타고 관광을 했던 사건이 있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때의 만덕에 대한 사연을 다산의 글에서 읽어보겠습니다. 

   

  “나는 만덕에게 세 가지의 기특함과 네 가지의 희귀함이 있다고 말하겠다. 기적에 실린 몸으로 과부로 살면서 수절함이 하나의 기특함이고, 많은 돈을 기꺼이 내놓아 빈민을 구제함이 두 가지 기특함이고, 바다의 섬에 살면서 산을 좋아함이 세 가지 기특함이다. 종의 신분으로 역마를 통해 상경하고, 기생으로 중들이 메는 가마를 탈 수 있었고, 외진 섬사람이 궁궐의 임금에게서 많은 선물을 받고 사랑을 받았으며 눈의 눈동자가 겹눈인 장애인이면서 그런 대접을 받은 네 가지가 바로 그의 희귀함이다(「탐라 기생 만덕이 얻은 진신대부의 증별시권에 제함」”

  1795년은 제주도에 흉년이 들어 수많은 백성들이 굶어 죽어가던 때인데, 만덕이 많은 의연금(義捐金)을 내놓아 많은 백성들이 살아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소식이 서울에 알려지자, 나라에서는 그의 소원을 묻고, 그의 소원을 해결해주는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그의 첫 번째 소원은 서울에 와서 궁궐에 들어가 임금을 뵙는 일이고, 두 번째는 금강산을 구경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 두 소원을 해결하려 역마를 통해 상경하게 하고 임금이 직접 맞아 많은 선물을 주고 금강산 구경까지 시켜주었는데, 이 때문에 일개 기생이자 종의 신분이던 만덕은 천하에 이름을 날렸고 오늘에도 만덕에 대한 대대적인 행사가 열리면서 제주도의 상징적 여인이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산은 오래 전에 아들에게 내려준 가계(家誡)에서, “형태가 있는 것은 없어지기 쉽지만, 형태가 없는 것은 없어지기 어렵다. 스스로 자기 재물을 사용해버리는 것은 형태를 사용하는 것이고,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은 정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물질로서 물질적인 향락을 누린다면 닳아 없어질 수밖에 없지만, 형태 없는 것으로 정신적인 향락을 누린다면 변하거나 없어질 이유가 없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만덕은 천하고 낮은 신분으로 많은 돈을 벌어 가난한 이웃을 도와준 의인이었습니다. 기생이면서 홑몸으로 수절하면서 거만의 재산을 가난한 이웃에게 바쳤으니, 그의 이름이 천추에 전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됩니다. 이래서 시혜(施惠)가 가장 큰 덕이라고 말해집니다.

글쓴이 /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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