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에 거주하는 무토 메구미씨 소개
후쿠시마시에 거주하는 무토 메구미(武藤恵)씨가 핵사고 후 지난 5년 동안 살아온 얘기를 들려줬다.
두 아이의 엄마인 메구미씨는 세월호 침몰이 남일 같지가 않았다고 한다. ‘아, 배 안의 아이들이 자기 자식처럼 느껴졌겠구나’ 생각하며 듣는데, 그의 말은 조금 달랐다. “지금의 내가 바로 세월호 안에 있던 아이들이에요.”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사고 발생 후, 초등학교 5학년이던 아들은 연일 코피를 쏟았고, 몸을 가누지 못해 픽픽 쓰러지는 일이 종종 생겼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 데려갔을 때에는 의사가 무슨 이유에선지 혈액검사를 하더니 백혈구 수치가 급증한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다. 아들도 자기 몸에서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는지, 자꾸만 호소했다고 한다. “엄마, 무서워.”
딸은 당시 유치원생이었다. 바깥 공기가 위험하니, 나갈 때는 마스크 하는 것 잊지 말고, 흙장난도 하지 말고… 엄마가 전해준 주의사항을 잘 지켰다. 어느 날 딸이 마당 꽃밭 그림을 그렸다. 그림 속 꽃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린 딸이 엄마에게 물었다. “나도 커서 아이를 낳을 수 있어?”
이 가족이 사는 후쿠시마시는 후쿠시마현 내 중심도시의 하나로, 고속열차 신칸센 역도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활발하다. 핵사고 방사능 오염으로 정부의 ‘피난 지시’를 받은 사람들이 이주해오는 곳이기도 한다. ‘귀환곤란구역’이나 ‘거주제한구역’으로 지정된 곳과 달리, 사고 직후부터 현재까지 ‘안전’한 곳으로 간주되고 있다.
메구미씨는 자신의 분노를 누구를 향해 쏟아야 할 지 몰라 답답했다고 한다.
“아무도 위험하니 도망가라는 말을 안 했어요. 오염이 심하니 피난 가라고도 안 했어요. 정부도, 누구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래서 ‘가만히’ 있었던 거잖아요. 후쿠시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사람들은 몰라요. 자신들이 있는 곳은 안전한 줄 알아요.”
메구미씨는 올 봄 고향인 후쿠시마를 떠나 오사카로 이주할 예정이다. 5년이나 지난 늦은 결정이지만, 옳은 선택임을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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