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미워하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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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미워하는 대통령
  • 이수호
  • 승인 2016.02.0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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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때일수록 인간 본연으로 돌아가야

국민을 미워하는 대통령

참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한 나라의 대통령은 그 나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선거 때 자기를 찍었든 안 찍었든, 대통령에 당선되면 당연히 그 모든 국민의 대통령으로 서로 다른 국민들의 생각을 조정하고 하나로 모으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억울한 사람이 없게 골고루 이야기를 듣고 그 생각을 반영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 전체의 심부름꾼인 공무원도 법률 상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다. 하물며 대통령이야 두 말 해서 무엇 하랴.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다른 것 같다. 어느 일부 국민의 편에 서서 그 이익을 위해 대통령 직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를 너무 싫어한다. 노동자들이 월급을 너무 많이 받으면서 말을 잘 듣지 않아, 우리나라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 노인들도 싫어해서 노인 빈곤율이 오이시디 나라 가운데 가장 높고, 그러다 보니 노인자살률도 제일 높다. 어린아이들도 싫어해서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해 주지 않아,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다니기 어렵게 만들어 놓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싫어하는 게 노동자여서 거의 적대시하고 있다.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노동단체인 민주노총은 북한정부 정도로 싫어해서, 선거 때는 북한과 한 편이라고 몰아붙이기까지 한다. 최근에는 노동개혁의 명분으로 노동자의 몫을 줄이고 노동자를 더 부리기 좋게 하려고 법을 고치치려다가, 그게 잘 안 되자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를 동원해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을 벌이게 하여, 사용자와 노동자를 이간질하고 싸움을 붙이더니, 대통령 자신도 거기 서명을 하여, 사용자 측 대통령임을 만천하에 알려 많은 국민의 우려를 넘어 비웃음을 사는 일까지 벌어졌다.

더욱 한심한 것은 그의 참모들인 장관들이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국민의 뜻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거나 부당한 지시를 하면, 당연히 올바른 조언을 하여 바로잡아야 함에도, 눈치나 보고 오히려 한 걸음 앞서며 아첨하는 행위를 부끄러움 없이 저지르고 있다. 지난 번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와 관련하여 교육부장관이 보여준 모습이 그렇더니, 이번 노동개혁 입법과정에서 노동부장관의 태도가 또한 그렇다.

노사정위원회 합의를 왜곡하고 마음대로 시행하려는데 반발하여 한국노총이 합의무효와 탈퇴를 선언하자, 노동부 장관은 어떻게든지 설득해서 합의수준을 높이기는커녕, 기다렸다는 듯이 사흘 만에 법이 통과하지도 않았는데도 일방적으로 지침을 발표하여, 일파만파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만 생각하며, 노사관계나 노정관계가 더욱 어려워지고 우리 경제가 개판이 되는 데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른바 ‘노동개혁 2대 지침’이라는 건데 ‘일반해고’를 통해 해고를 쉽게 하고, ‘취업규칙 수정’을 통해 임금피크 제도 등을 받아들여 임금을 깎자는 것이다.

잘 아는 대로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함부로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경영상의 불가피성으로 인한 ‘정리해고’나, 결정적으로 법률이나 규정 등을 위배했을 때 ‘징계해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도 물론 엄격한 규정과 절차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박근혜 정권은, 이에 덧붙여 ‘저성과자 퇴출’이라는 명분으로 일반해고를 통해 해고를 쉽게 하자는 것과, 취업규칙 변경 시 노조와 합의하거나 노조원 과반수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되어 있는 것을 완화하여,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사용자가 마음대로 고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럴듯한 말과 설명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해고를 쉽게 하고 임금을 깎자는 것이다. 이것은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자는 것이다. 이것을 노동자들에게 무조건 받으라고 들이민다고 누가 그걸 흔쾌히 수용하겠는가?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이유라도 있으면 그걸 밝혀 더 진지하게 설득해야 할 것이고, 그 원인이 다른 데 있으면 그걸 함께 찾아서 해결하면 될 일을, 무조건 노동자만 무릎 꿇고 희생하라면 어느 누가 그렇게 하겠는가?

우리 노동자들은 나라가 어려운 지경에 처하면, 먼저 나서서 그걸 해결하기 위해 힘썼다. 나라 살림이 어려운 시절, 저 먼 독일의 탄광이나 병원으로 달려간 것도 우리 노동자들이었고, 열사의 나라 중동의 건설현장에서 땀을 흘렸던 것도 우리 노동자들이었다. 정부가 치욕의 국제구제금융을 받아들였을 때도, 우리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었음에도, 정리해고를 받아들이고 파견법까지 감수했을 뿐만 아니라, 장롱 깊숙이 넣어두었던 결혼 기념반지며 애들 돌 반지까지 내다 바쳤다.

결국 그 위기를 돌파한 것은 노동자들의 희생과 피나는 노력 덕분이었다. 그런데도 나라 살림살이가 조금 나아지자 그 과실을 골고루 나누기는커녕, 또 일방적인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했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전면 수용하면서 불평등구조는 불가피했지만, 이명박 정권 들어서며 재벌이나 대기업의 법인세 인하 등 노골적인 친 자본, 친 재벌정책으로 사내유보금은 산처럼 쌓이는데, 노동자의 삶은 나날이 피폐해져 갈 수밖에 없었다. 고용형태도 최고로 악화돼, 비정규직 등 저임금 노동자나 실업자만 거리에 넘쳐나게 되었다. 드디어 지옥한국이라 스스로 부르면서도 부끄러움도 모르는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이 모든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다며, 노동을 개혁해야 한다고 연일 악을 쓰고 있다. 노동자는 국민의 대부분이고, 노동자가 잘 사는 나라가 정말 잘 사는 나라이다. 노동자가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기업이 잘 되면 무슨 소용이 있으며, 국민이 가난하고 죽을 지경인데 국가가 부자라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10%의 부자가 전체 몫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그게 제대로 된 나라냐고 우리 노동자들은 묻고 있는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생각하고 인간 본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느 날 전태일재단 이사장인 나에게, 전태일이 분신 항거할 당시 친구였던 분이 찾아왔다. 전태일 친구로 살면서 여러 면으로 힘들었단다. 주변의 바람과 시선을 생각하면 이해가 됐다. 그 분도 봉재사업에 종사하며 평생을 최선을 다해 산 보람으로, 이젠 좀 먹고 살만은 하다고 밝게 웃는데, 크게 넉넉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부끄러운 듯 봉투 하나를 내미는 것이었다.

“당시 태일이와 우리 친구들의 소원은 공부 한 번 마음 놓고 해 보는 것이었어요. 미싱을 타며 재단가위를 갈면서도 못 배운 것이 한이었지요. 미싱사나 시다들도 마찬가지였어요. 태일이도 오죽했으면 대구에서 고등공민학교 다니던 10개월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고, 대학생 친구 하나만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겠어요.”

“제가 그때 생각도 나고 지금도 주변을 보니까 여전히 힘들어하는 노동자들도 많고 해서, 10년 전부터 1억짜리 적금을 부었어요. 배우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조그만 힘이나 될까 해서요. 이거 재단에서 맡아 장학사업을 좀 해 주세요. 올해부터 시작하면 나는 다시 1억짜리 적금을 들게요. 그리고 주변 다른 친구들에게도 권해서 함께 좋은 일 하자 할 게요.”

어렵게 더듬거리며 말하는 그의 눈에 눈물이 어리는 것 같았다. 나도 자꾸 헛기침을 했다.
올해는 날씨도 왜 이렇게 추운지 모르겠다. 그래도 땅 속으론 맑은 샘물이 흐르고 나무뿌리며 씨알들도 새날을 준비하고 있겠지. 희망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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