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회 3-45, 마음 한편으로부터 새로운 깨달음이
우리교회 3-45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여라.”
오늘은 한가위 주일
예배 시작 징소리가 울리고
“주님은 대대로 우리의 거처이셨습니다.
산들이 생기기 전에, 땅과 세계가 생기기 전에,
영원부터 영원까지, 주님은 하나님 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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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께서 시편 90편 1,2 편을 읽으며 예배를 부를 때까지
목사님 성가대 포함해서 전체 참석 교인은
열다섯 명이 체 안 되는 것 같았다
한가위 날은 가정모임과 가족행사를 더 귀하게 여겨라
평소의 목사님 말씀을 교인들이 잘 따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쪼끔 묘했다
차라리 교통도 복잡하고 하니 한가위 주일은
예배드리는 맘으로 차례도 지내고 가족모임도 하고
부담 가지지 말고 일가친척도 방문하고 성묘도 하라고
한 주일쯤 교회 예배는 과감하게 생략하는 것도
괜찮았을 텐데 하다가 후딱 지워버렸다
주일은 꼭 예배당에 나와야 마음이 편안한 사람들의
여린 영혼도 교회는 똑같이 소중한 것이니까
탁월한 얘기꾼 예수의 착한 사마리아 사람 예화는
언제 들어도 새로웠다
“자, 그럼 누가 그 강도 만난 사람의 진정한 이웃이냐?”
라는 예수의 물음 앞에 나는 매번 왜 한없이 부끄러울까
지금 이 땅에도 길 가다가 강도 만난 사람이 곳곳에 있는데
광화문 지하도엔 세 번째의 한가위를 거기서 맞으며
“등급제와 의무부양제를 철폐하라” 외치는
장애인들의 철야농성은 계속되고 있는데
그 위 세월호광장에서는 유가족이 되고 싶다는 실종자 가족과
진상이라도 제대로 알고 싶다는 유가족들이
합동으로 두 번째 한가위 모임을 하고 있는데
서울 시청과 부산 시청 앞 전광선전탑 위에선
기아 자동차 비정규노동자와 생탁 부당해고자들이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선 김득중 지부장의
기약 없는 단식은 계속되고 있는데
노동운동을 한답시고 최고 지도자까지 지낸 나는
이 시대의 제사장과 레위지파 사람이 되어
온갖 그럴듯한 핑계와 이유를 대며 강도 만난 사람을 외면하며
괜히 교회에 나와 머리나 주억거리며 위선을 떨고 있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불쌍하기 그지없다
목사님의 말씀은 교인 수와 상관없이 진지하고 준엄했다
스물 초반에 소록도에 와서 평생을 한센인들과 지내고
일흔이 되자 혹시 주위 사람의 부담이 될까 염려하여
올 때 들고 왔던 그 가방 그대로 들고
어느 날 종적 없이 본국으로 돌아간
유럽 어느 나라 수녀들의 얘기를 들려주며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여라.” 하는데
쿵, 큰 돌덩이 하나를 등에 진 듯 숨 가빴으나
보름달처럼 둥근 달덩이 하나 한가위 선물로 받아 안은 듯
마음 한편으로부터 새로운 깨달음이
감격의 눈물이 되어 울컥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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