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이 썩어 뭉그러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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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이 썩어 뭉그러진 시대
  • 김홍한
  • 승인 2015.09.21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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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어떻게 살까?

참 풍요로운 세상이다.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자동차 타고,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좋은 옷 입고 뽐내는 세상이다. 자랑스런 우리나라가 이제 가난을 벗고 세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고 뿌듯해한다.

   

그러나 온갖 물질들이 풍요로울수록 우리의 맘은 더욱 공허하고, 우리의 행복은 더욱 멀리 도망가니 어찌된 일인가?

풍요로울수록 농민들의 한숨은 깊어간다,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들은 죽을 날만 기다린다.
직장인들은 전쟁 같은 경쟁에 피가 마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잠 못 이룬다.
그런 직장조차도 얻지 못한 젊은이들은 자살을 꿈꾼다.
아내들은 무능한 남편을 성토하기 바쁘고 안과 밖으로 시달린 노동자들은 파업을 계획한다.
거리는 깨끗하고 사람들은 깔끔하고 세련되었지만 실상은 더러운 슬럼가의 거지같은 삶들이다.

빚더미 위에 올려진 거짓 풍요 속에 대중들의 삶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
소위 지도자라는 이들은 태평가를 부르며 대중의 삶을 외면한다.
언론인들은 사건들을 꿰어 맞추어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지만 어느덧 진실은 흐려지고 의혹만 불어난다.

군인들은 전쟁 시나리오를 짜고 거기에 맞추어 끊임없이 전쟁연습을 한다.
학자들은 연구실에 처박혀서 쉬운 말을 어렵고 내용 없게 바꾸느라 여념이 없다.
성직자는 제자를 찾지만 세상은 그들을 선생으로 인정하지 않은지 오래다.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서는 비굴할 대로 비굴하고 실행할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하다가 권력을 얻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뗀다. 산더미같은 백성들의 고통은 백성들에게 돌리고 저들은 이미 얻은 권력을 공고히 하는데에만 혈안이다.

아!,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근검절약해도 행복이 먼저 도망해버린 소망 잃은 이들과 천박한 풍요 속에 흥청대는 이들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이 세상을 어떻게 표현할까?
풍요속의 빈곤이다.
모든 물질은 넘쳐나는데 행복이란 단어는 사전에만 존재한다.

이 세상을 어떻게 살까?
나보다 더 부요한 사람들을 보면서 한탄할까?
나보다 더 가난하고 비참한 사람들을 보면서 위로받을까?
나보다 부요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분노를, 나보다 가난한 이들에 대해서는 연민을 가질까?

문둥병이 사라진 시대에 우리는 모두 가슴 속이 썩어 뭉그러진 문둥이들이다.

- 김홍한 목사의 <이야기 신학 106호> 2013.12.16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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