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동부면 가배랑에서의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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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동부면 가배랑에서의 하룻밤
  • 류기석
  • 승인 2009.10.06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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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바닷가 경남 통영

거제는 삼한시대부터 신라와 고려 그리고 조선과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면서 숱한 역사적 질고와 암울했던 수탈 대상의 땅 이기고도 했다.

거제를 역사적으로 만나보면 후박나무가 잘 자라며 여기서 생산된 후박나무로 팔만대장경 판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인종 때 왜에게 거제도를 잠시 빼앗기지만 곧이어 되찾았던 땅이다. 또한 조선시대 이전의 절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 거제도 700리 해안길에서 만난 나룻배

거제는 임진왜란 이전에는 왜군들에 의해 점령되어 민초들의 삶을 고스란히 내어주어야 했었던 눈물겨웠던 땅이기도 하다. 허나 삼도 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에 의해 회복되어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고 한다.

한려수도의 시발점인 통영을 느끼고 잠시 통영문화원을 방문하여 향토사지와 여러 권의 향토사 관련 책자를 받고는 덤으로 친절한 통영의 맛 집인 '강구안 식당(055 645-7651)'을 소개 받았다. 하지만 저녁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듯하여 아쉽지만 해가 지기 전 신거제대교를 건너야 그림 같은 바닷가 700리 길을 보고 느끼고 갈 수 있기에 서들러 통영을 빠져나왔다.

   
▲ 오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가배량성의 시인의 마음 숙소

통영과 거제는 벌써 봄기운이 완연하다. 차 창문을 열어 봄 기운이 가득한 바다 향을 배불리 마시고는 사곡삼거리에서 거제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2번 군도를 따라 완만한 고갯길을 넘었다. 기대했던 저녁노을은 황사인지 날씨가 흐린 탓에 보지 못하고 저녁식사 장소를 엿보며 거제면에 도착했다.

해가지면 시골에서의 마땅한 식당을 찾기란 어렵다. 다행이도 전날 인터넷으로 소개받은 민박집에서 사정상 다시 인근의 숙소를 소개 시켜준 시인의 마음(055 635-2090)에 연락을 취하니 지배인이 받아 식사류로 콩비지 정식 등을 한다기에 이왕지사 편안한 숙소에서 밥을 먹기로 하고 동쪽의 시끌벅적한 관광지안의 펜션이 아닌 반대편 서남쪽 끝 마을 한적한 가배리에 있는 시인의 마음을 찾기 시작했다.  

   
▲ 빈 마음으로 허허롭게 살라는 시인의 마음 내부 풍경이 편안하다.

우리가 묵을 숙소가 있는 가배리는 임진왜란 때 통제사가 있던 오아포다. 가배는 가부랑 또는 가배라 하다가 거제의 영봉 노자산이 뒤를 막아주고 가배만의 양쪽 북의 함박금과 남의 대홀개의 땅 끝이 길게 뻗어 까마귀가 날아가는 형상으로 오아포라 하였고 뒤의 동망산이 감싸주어 가배라 한다.

시인의 마음이 있는 가배량성은 세종 2년(1420년) 경상좌도 안무사가 오아포에 처음으로 만호진을 두었고, 세조11년(1465년) 경상우수영을 두고 축성하였으며 둘레 1,487m 높이 7.4m이고 성안 43,373 제곱 m의 석성이다.

서쪽 바닷가에 있는 가배만은 본래 가부랑개라 하며 임진왜란 때 선조26년(1593년)8월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되어 처음으로 통제영을 두었는데 해전의 유동으로 한산도, 고하도(목포), 고금도(완도), 춘원포(통영) 등으로 옮겼다가 동 30년(1597년)3월 원균이 통제사가 되어 다시 오아포로 왔는데 그해 8월 이순신이 재임되어 한산도로 옮겼다.

거제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어두움이 짖게 깔린 뒤였다. 너른 평야의 거제를 거쳐 동부면 산양에서 한번 길을 묻고는 곧장 전망이 평온하고, 잠시 세상일을 잊고 쉬었다 가는 가족단위의 쉼터로 안성맞춤인 곳, 가배량성이 있는 시인의 마음을 찾았다.

이러한 곳에 터를 잡은 시인의 마음은 여류소설가가 운영하지만 마침 그곳을 찾았을 땐 출타중이라 만나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시인의 마음에서 빈 마음으로 허허롭게 일을 맡아 보는 서정보(41세)님이 있어 더욱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단아하고 전통의 멋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에서 콩비지 정식을 주문해 놓고 긴장된 마음을 정리하면서 가족들이랑 여독을 풀고있는 동안 국화향이 짙은 차와 곧이어 커다란 해물전을 맛 보라고 가져다준다. 말을 잘 했더니 서비스란다. 해물전의 맛도 좋았지만 따스한 정으로 손님을 대해주니 그저 그 마음이 고마웠다.

   
▲ 가배량성에 있는 시인의 공간

가족들과 행복한 밤을 맞게 됐다는 기쁨을 초승달에 담으려는데 오늘의 만찬인 콩비지가 나오고 이어 맛있는 동동주가 있다고 한 동이를 가져다주는 센스를 잊지 않았다. 머나먼 거제에 와서 이 지역만의 맛 좋은 동동주를 한잔 들이키니 모든 긴장과 피로가 어느새 사라진다.

아이들을 숙소로 보내고 아내와 가배량성을 한 바퀴 드라이브해 보았다. 밤이 깊어 초승달도 바다 높이 하늘가에 걸리고, 아스라한 갯마을 사람들의 집집마다에는 불이 꺼진 채 가로등만이 대신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야심한 밤, 추억의 가배량성 일주를 마치고 바닷가 앞 팬션에 마련된 뜨끈뜨끈한 방에서 온 가족이 바다위에 떠서 긴긴 밤을 보냈던 그때가 지금 아련히 떠오름은 분명 좋은 에너지를 받고 와서일 것이다.

다음날 아침 햇살이 막 떠오르는 가배량의 바닷가를 여유롭게 산책하고 돌아와 시인의 마음과는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남부면 율포 포구와 대포, 홍포, 여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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