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너 지금 행복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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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너 지금 행복하니?"
  • 박철
  • 승인 2015.06.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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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목사의 작은교회 이야기(2)

2013년 10월 중순경이었다. 그해 10월 30일 부산 벡스코에서 WCC 10차 총회가 열리게 되었다. WCC총회를 앞두고 ‘핵없는 세상을 위한 그리스도인 연대’(핵그련)가 주축이 되어 고리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40일 릴레이 금식기도회가 부산시청 앞에서 열리고 있었다. WCC총회에 참석하는 세계교회 지도자들에게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알리고 이것을 향후 의제로 채택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릴레이 기도운동에 부산을 비롯하여 전국에 걸쳐서 많은 목회자, 평신도,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 고리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40일 릴레이 금식기도회 개회예배. 2013년 9월 3일. 고리1호기 정문 앞에서.

마침 내가 릴레이기도회 당번이 되었다. 오후 1시경, 시청앞 농성장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기도회를 인도하였다. 부산NCC 김경태목사, 생명의 전화 변윤진국장, 좋은나무교회 김주숙집사 원재상권사 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 명이 기도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경기도 군포에서 오신 이진형목사와 부산YMCA 직원 몇 분이 찾아왔다. 밤이 깊어지자 사람들은 다 돌아가고 이진형목사와 나만 남았다. 밤10시경, 이진형목사와 둘이서 간이텐트를 설치했다. 그리고 실내 예배상에 성경책과 십자가를 올려놓고 촛불을 켰다.

실내는 이내 아늑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따금 사람들이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 그리고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 외에 침묵이 흘렀다. 잠시 묵상기도를 올리고 담요를 깔고 자리에 누웠다. 멀리 군포에서 오신 이진형목사는 고단했던지 이내 깊은 잠에 들었다. 그런데 나는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잠이 오질 않았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간신히 잠에 들었는데 이번에는 모기가 온몸을 물어대는 것이었다. 도무지 성가셔서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하다가 더 이상 잠자는 것을 포기하고 일어나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텐트 밖으로 스며들어온 도시의 희미한 불빛말고는 실내는 어둠과 침묵이 가득했다. 나는 계속 모기와 싸우면서 어서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큼 지났을까? 별안간 너무나도 선명한 소리가 들려왔다.

“박철!” “박철!”
……… 
“박철! 너 지금 행복하니?”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아뇨!”

그것이 전부였다. 하느님은 내게 ‘행복하냐’고 물으셨고 나는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아마, 새벽 세 네 시쯤 되었을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날이 밝아왔다. 오전 11시경, 수시로 농성장을 지키는 김경태 목사가 온 것을 보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자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식탁에 정갈한 점심상을 차려놓았다. 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당신 못난 남편 만나서 고생이 참 많으시네.” 그러자 아내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 나는 WCC총회 성경공부 인도자로 임명을 받아 어떻게 하면 성경공부를 효과적으로 인도할 것인가, 강의와 PPT 준비 등으로 마음이 분주했었다. 성경공부 인도자가 5명인데 나만 빼놓고 모두 신학박사들이고 교수출신들로서, 5명이 한 팀이 되어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성경공부에 함께 참여하기로 했었다.

며칠이 지났다. 국제시장에 리시브앰프와 FM안테나를 연결하는 연결잭을 사러 전철을 타고 다녀오는 중에 아내에게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대충 이런 내용이었을 것이다.

“여보, 못난 남편 만나서 고생이 많소. 내가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오.”

   
▲ 고리1호기 앞에서 WCC 총대들과 함께 하는 탈핵예배를 박철목사가 인도하다. 2013년 11월 9일

내가 아내에게 문자를 보내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아내로부터 아무런 답이 없었다. 또 며칠이 지났다. WCC총회가 이제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고 동일초등학교에서 아침조깅을 하고 집에 돌아와 안방 방바닥에 엎드려 조간신문을 보고 있었다. 아내는 거실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있었다. 방안은 청소기 돌아가는 소음으로 가득했다.

그때 학교에 가려고 책가방을 들고 집을 막 나서는 둘째 아들 의빈이가 뜬금없이 아내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 지금 행복하세요?”
아내는 청소기를 끄고 잠시 가만있더니 대뜸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 엄마 안 행복해!” 아내로선 상상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아내는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어서 그렇게 말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을 보니, 지금 사는 게 많이 힘들고 팍팍했던 모양이다. 이신전심 충분이 짐작이 갔다.

나는 방바닥에 엎드려 신문을 보다가 아내의 그 말을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파 더 이상 있을 수 없어 사택을 나와 같은 층 서재로 들어갔다. 서재에 들어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럼, 좋은나무교회 교인들은 행복할까?”
………
행복할 것 같지 않았다.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숨이 막히고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하느님이 내게 “박철! 너 지금 행복하니?”하는 물음은 나 개인의 실존적 상태에서 확대되어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그리고 교우들에게 이어져 갔다.

-앞으로 ‘생명 평화 정의 이웃사랑’이라는 지향을 가지고 새로이 작은 공동체를 일구면서 경험하게 되는 소소한 이야기를 연재 합니다. 많은 기대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愚燈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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