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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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박철
  • 승인 2015.06.19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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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목사의 작은교회 이야기(1)

숲속에서 묶여 있지 않는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 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좁은길교회 첫 예배 교회 현관에서. 2014년 1월 12일.
저는 요즘 격문처럼 쓰여 지고 있는 숫타니파타경에 나오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매우 절실하게, 절박하게, 절통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성직자 이전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책무에 대하여 성실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중대한 결정을 내려할 경우, 머뭇머뭇했습니다. 일종의 현실과 타협이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北山 최완택 목사님이나 觀玉 이현주 목사님 같은 분들은 애당초 그런 현실적(?) 요청과는 거리가 멀게, 그야말로 단호하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분들이셨습니다. 北山은 거처를 한 곳에 머무셨지만 언제나 自由魂을 설파하셨고, 觀玉은 거처를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셨지만 그분은 언제나 바람처럼 자유 하셨습니다.

저는 이 두 분이 늘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앞서 길을 나선 내 동무, 이필완, 조언정, 윤여군 목사 같은 자들의 선동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가장의 책무를 다할 것이다. 자위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저들이 닦아놓은 길을 가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1년 전, 부산에 와서 10년 목회 하던 교회 주일 예배시간에 “이제 좋은나무교회를 떠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교인들이 크게 놀라는 눈치가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제가 위태롭게 보였을 것입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그동안 미련곰탱이(소싯적 아버지가 붙여준 별명)처럼 뭉그적거렸다는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몸과 마음이 상쾌했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유약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온 저로서는 제일 잘한 결정이 아니었는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생각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어느 목사님의 고언대로 황량한 벌판으로 나가 노숙을 하게 된다고 해도 제가 결정한 일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겠다는데 누가 말리겠습니까? 고생을 직사하게 하고 오늘의 이런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된 들 아무 소용없게 되었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습니다.

   
▲ 좁은길교회 첫 예배 설교중 박철 목사.
언젠가 페이스북에서 만난 오일수 선생이 제 시를 좋아한다며, 친한 사람들과 작별할 때 저의 졸시, <길>을 낭독한다고 합니다. 지금 꼭 제 심정을 대변해 주는 것 같습니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내 마음에 속내를 다 드러내놓고
신에게 가장 솔직해지는 길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길을 떠난다는 것은
사람이 절대로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배우는 길이다.
한번도 가지 않은 낯선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 사람은 신이 보낸 사람이 틀림없다.
(박철. 길)

-앞으로 ‘생명 평화 정의 이웃사랑’이라는 지향을 가지고 새로이 작은 공동체를 일구면서 경험하게 되는 소소한 이야기를 연재할까 합니다. 많은 기대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愚燈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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