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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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강물처럼
  • 박철
  • 승인 2015.06.1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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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어느 산골, 어느 강변 마을에서 태어난 나는 강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살아왔다. 그러므로 나의 성장기 대부분의 추억들은 강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강을 유난히 좋아한다. 중년이 된 지금도 눈을 감으면 나의 내면에 잠자던 강은 그 싱싱하고 튼튼한 어깨 위에 나의 유년을 메고 햇살부신 내 추억의 산자락으로 들어온다.  

   
▲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향해 끝없이 열린 저 평화로움을 나는 강으로부터 배운다.
생의 혹독한 격량기였던 나의 이십대에도 시간만 나면 강가로 나갔다. 낚시질을 하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아니고 그냥 빈 몸으로 강가에 앉아서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나에게는 넉넉한 휴식이 되었다.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겨울 강변, 아직도 군데군데 얼어붙은 겨울 강은 하늘의 흰 구름과 산 그림자 곁에 서 있었다. 그때 기억이 내 몸에 각인 된 강에 대한 이미지이다.  

모든 것이 끝나버린 듯한 절박한 삶의 현장에서도 아직도 기다림이 남아 있음으로 알리듯 인류의 역사, 그 기나긴 세월너머로 흘러온 강, 그 어느 것에도 치우침이 없이 무위의 흐름 속에 자신을 던져놓고 먼 예지로 다가올 미래를 향해 흐르는 강, 무한한 생명의 신비를 잉태하며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향해 끝없이 열린 저 평화로움을 나는 강으로부터 배운다.

사람 가운데서도 저 은혜로운 강과 같은 사람이 있다. 타인의 이목과 체면에 자신의 행복을 저당 잡히고 바쁘게 살아가는 ‘빈집 같은 사람들’, 돈과 명예와 권력에 눈이 멀어 하이에나와 같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고 먹이는 찾는 ‘맹수 같은 사람들’ 속에서도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이웃의 불행을 나의 일부로 여기며 진리에 대한 믿음과 신념으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강이 흐르듯,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다.

하늘이 지어 준 자기 자신의 얼굴을 ‘가장 아름다운 비밀’처럼 자기 내면에 간직하고 사는 이들의 저 평화로운 눈빛….

나는 오늘도 이들의 눈빛 속에서 조용히 흐르는 강을 본다. 그리고 그 은빛 물결 속에 열려 오는 세계를 본다. 영원의 어느 끝을 훤히 바라보듯 나는 커다란 기쁨과 희망을 가지고 이러한 이웃들 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바라본다.

글쓴이 박철님은 목사로 1985년 강원도 정선에서 첫 목회를 시작했으며, 2014년 1월 '생명 평화 정의 이웃사랑'을 내걸고 좁은길교회를 개척했다. 현재 부산예수살기 상임대표 부산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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