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회3-27, 석탄전야
오늘은 우리교회 식구들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솜씨 좋으신 우리 목사님이 매주 차리는 설교의 맛은
늘 먹어도 언제나 맛있는 어머니 찌개 맛이다
구수한 된장 맛도 좋지만 가끔 씹히는 청양고추의 매운 맛은
적당히 대충 살려고 하는 우리들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치는 것 같아
후후 불면서도 기분이 좋다
그래도 가끔은 다른 음식이 생각난다
목사님도 그걸 잘 알아 기회만 있으면 기꺼이 강단을 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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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느긋하게 뒤에 앉아 남이 요리한 음식을 즐기고 계셨다
근데 우리교회의 자랑이래야 교인 수 적은 거 하고 지하에서 예배드리는 건데
세계 최고 문화도시 파리에서 왔다는 이 목사 말씀하기길
프랑스에선 이 정도면 아주 큰 교회라니
모든 일에 늘 교회 작다 핑계 대던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러면서 현대사회에서 종교가 뭔지 교회가 뭐하는 곳인지
자신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다른 이웃종교도 바라보게 계기가 됐다
마침 내일은 사월초파일 석가모니 부처님 오신 날이어서
불교신자 친구 몇과 강원도 어느 암자에 가기로 해서
고추장 듬뿍 비빔밥 말아 마시듯 끌어넣고 도망치듯 지하를 빠져 나왔다
네 시간이나 걸려 훠이훠이 찾아간 암자는
우리교회 만큼이나 작았다
내일이 석탄일인데도 조용하고 고즈넉했다
깊은 산 계곡 중턱이라 해는 빨리 지고
바람은 소리 없이 나뭇잎들을 흔들고 있는데
산새 지저귐만 여기저기서 깨금발을 하고 있었다
교회에서의 침묵은 하나님 말씀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암자에서의 고요는 부처님의 설교였다
결국은 자기 자신과 조용히 마주하라는 예수의 말을
자비 넘치는 관음보살에게서 듣는다
엉터리 예수쟁이가 부처님 생일 축하하러 왔다는 말에
멀쩡한 사람이 거기나 여기나 왜 가겠어요
우리 목사님 나이쯤 돼 보이는 잘생긴 스님이 빙그레 웃는다
초이레 반달이 별 꽃밭 속에서 혼자 적막한데
이거 올해 곰취 첫 잎 따서 삶은 거야 낼 꼭 가져가
공양주 보살 할머니 주름투성이 거친 손이
우리교회 ㅇ권사님 손처럼 그렇게 예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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