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과 힐링의 마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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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힐링의 마을여행
  • 류기석
  • 승인 2015.05.1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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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큐수 산골마을 유후인의 '진화'

지난겨울 힘든 학업을 끝낸 아이들과 잠시나마 함께 여행을 통하여 대화는 물론 마음까지 나누고자 5박6일간 일본 큐슈의 작은 농촌마을로 무작정 떠났다.

일단 아이들의 추천으로 시작된 일본여행의 시작은 후꾸오카 하카타 역을 중심으로 규슈의 자연과 전통 그리고 현재의 도시공동체 문화까지 살펴보는 일정으로 둘째인 아들이 프로그램을 기획, 무엇보다도 경제적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여행이 되었다.

다행히 그곳에는 25년 째 공무원의 아내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일본의 유명한 학자인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眞)를 '학문의 신'으로 모시는 다자이후텐만구(太宰府天滿宮)에 소재한 중고등학교 한국어교사인 지인이 있어 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우리가족의 도착 후 이틀동안의 행복하고 안전한 여행을 위하여 벳부와 유후인, 다케오와 다자이후텐만구까지 자신의 차량을 직접 몰고와 운전은 물론 맛집과 근처 관광지 가이드 역활까지 친절하게 동행해주어 감사했다.

   
▲ 일본 큐슈의 작은 농촌마을, 산촌마을에 더 가깝다

일본하면 최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전 세계를 방사능 공포로 몰아넣은 나라, 우리민족을 36년간이나 압제와 침략으로 엄청난 고통을 맛보게 했던 나라, 부패한 정치권력(한국도 일본 정치를 그대로 답습)과 야쿠자의 나라, 2차 세계전쟁의 전범국이자 아직까지도 고통받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오리발인 정부와는 다르게 길에서 만난 일반인들은 미안할 정도로 '친절하고 상냥한 이유가 도대체 뭘까'라는 의문이 드는 나라다.

여행 중 맛집을 찾을 때 가던 길을 멈추고 현장까지 동행한다든가, 여행지를 물어 길을 잘못 찾아 갈 때 자동차로 가다가도 차에서 내려 친절히 목적지를 안내해 주는 친절, 클라이 막스는 마지막날 오후9시30분 나가사키에서 가족은 최고의 저녁식사와 온천욕을 즐기고 후꾸오카(급행으로 2시간거리) 숙소로 돌아와야 하는데 마지막 열차를 놓친 뒤 우연히 시작됐다.

   
▲ 일본 나가사키 테마온천인 료칸에서 바라다본 야경

   
▲ 일본 나가사키 기차역 앞의 야경

   
▲ 일본 나가사키, 맛난 음식과 온천이 있는 테마파크 입구의 야경

이 때 무작정 후센야마구찌행(후꾸오카와 최대한 가까운 역)완행열차를 타고 새벽 1시쯤 인적이 없는 적막한 시골역에 도착해 보니 막막함... 그날 밤 우여곡절 끝에 선술집 다다미방에서의 하룻밤은 그곳 여주인과 그의 남편 그리고 동네분들 모두가 친절한 배려가 있었기에 우리가족여행에 별미로 기억되게 해 주었다. 참고로 생맥주와 무한리필의 안주들, 음료수 그리고 숙박까지 덤으로 이만원에 해결, 우리가족은 다음날 새벽 첫차를 타고 무사히 후꾸오카 숙소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렇듯 이들의 친절함은 잠깐동안의 거품인지에 대하여 25년 동안 일본사람들과 함께 생활한 지인에게 그들의 솔직한 마음을 물으니 생활 속에서 체험했던 일본인들은 착하다고 답했다. 물론 본성을 최대한 감추기 위해 만든 가면일 수도 있겠지만... 알 길은 없다.

   
▲ 일본큐슈 오이타자동차도로에서 잠깐 들른 '에너지자립의 휴게소' 야외풍경

   
▲ 일본큐슈 오이타자동차도로를 알리는 '지수풍녹 인'의 휴게소 안내

일본 큐슈의 시작은 후꾸오카 하카타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펜션을 아이들이 저렴하게 섭외한 끝에 그곳을 근거지로 삼고는 첫째날 벳부와 유후인 온천마을을 들러보았던 것이다. 특별히 기차를 타고 시골역에 내려 지인을 만나 그의 차로 대분도(오이타자동차도로)를 지나다 잠깐 들른 '에너지자립의 휴게소'는 절벽을 깍아 자른 언덕에 태양관 전지판을 여럿 달고, 휴게소내 모든 내용물은 그 지역의 농산물로 차려진 것에 놀랐다.

실제로 신선한 과일과 빵, 차와 함께 맛본 커피 향은 우리의 인스턴트화된 고속도로휴게소 문화와는 전혀 차원이 달랐고, 지역의 유제품과 음료수 등 갖가지 유기농 먹거리의 농업인 배려가 돗보였다. 더우기 물과 바람, 흙과 녹색이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자연의 고장임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곳 휴게소 문화 속에서 일본농촌의 풀뿌리 지산지소운동의 건재함을 엿볼 수 있었다.

   
▲ 일본큐슈 오이타자동차도로에서 잠깐 들른 '에너지자립의 휴게소' 내부전경

무엇보다도 원전사고 이후 먹거리 등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인지라 일본여행을 자제하면서도 불구하고 찾게된 곳이 원전 사고가 난 후쿠시마로부터 1000㎞ 떨어진 열도 남단 큐슈다. 그중 첫 방문지는 북동부의 벳부(別府)로 오이타(大分)현에 속한 온천마을로 깨끗하고 조용한 도시였다.

별부(벳부,別府)라 부르는 벳부는 산중턱에 자리한 작고 아름다운 온천도시로 바다와 산에 둘러져 아늑했다. 시내 곳곳에 심어져 있는 열대의 야자수가 온천과 더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풍경도 아름답다. 원천이 무려 2800여 개, 용출량은 1일 13만6571㎘로 일본에서 가장 자랑하는 온천지역으로 그들의 일상은 평온했다.

   
▲ 별부(벳부,別府)라 부르는 벳부는 산중턱에 자리한 작고 아름다운 온천 도시로 바다와 산에 둘러져 아늑했다.

   
▲ 산과 바다로 둘러진 작고 아름다운 온천도시 벳부에서 가족들과 함께

길거리 곳곳에서 품어져 나오는 온천의 수증기 풍경이 인상적인 이곳을 들러보고 작은 산촌마을 유후인으로 향했다. 벳부에서 유후인까지는 자동차로 30분 남짓, 유후인은 1천m가 넘는 고산준령에 둘러싸인 6백m 고지의 산악 분지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유후인은 후지산에 이은 명산으로 꼽히는 유후다케와 울창한 숲, 온천과 강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지인과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뜻밖에 한국의 세월호 사고를 텔레비젼으로 보고는 안따까운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고 한다. 두 아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일본인들 몰래 눈물도 짓고, 가슴 한켠으로 가시가 박힌 듯 가슴않이를 했다고 토로했다. 이는 사람의 내면에 타고난 측은지심이리라.

   
▲ 유후인 입성하기 전, 허름한 일본전통 음식점 풍경

   
▲ 유후인 입성하기 전, 지역 특산품과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즐겼다

유후인을 입성하기 전, 국도변에 유일하게 자리한 한적한 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곳은 지역 특산품과 가공품을 전시 판매하면서 전통음식을 맛깔나게 만들어 주었다. 오붓하게 여유로운 점심식사를 마치고는 일본 온천의 대명사로 유명한 벳부에 비해 조용하지만 수준높은 농촌+관광의 고장이면서 문화예술적 품격이 있어 보이는 유후인에 들었다.

유후인 마을은 우리나라 면 소재지 같아 보였지만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400만명이고, 그 중 25%가 숙박객이라고 한다. 하루평균 1만 명의 관광객 중 2,500명이 이 마을에서 숙박한다니 관광객이 이 마을에 줄 경제적 효과는 크다고 한다.

   
▲ 자연과 예술이 조화된 유후인 마을, 기린코호수와 하늘 그리고 저 멀리 갤러리 카페가 인상적인 풍경

   
▲ 과거 습지대인 유후인마을을 재 탄생시킨 기린코 호수를 배경으로

유후인이 지금과 같은 문화적 온천마을에 이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들었다. 초기에 젊은 문화예술인들(어떤 곳엔 3명의 젊은 여관 경영인)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서로를 신뢰하면서 그 토대가 세워졌다는데, 시작은 1955년 초대 유후인 촌장이었던 이와오 히데카즈가 '온천, 산업, 자연 산야의 다이나믹한 융합'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온천마을을 건설하기 시작, 당시 황량했던 마을의 발전이 이 때부터 조금씩 모색돼었던 것 같다.

1960~1970년대까지 분지였던 이곳은 배수가 나쁘고 습기가 많아 사람이 살기에는 좋지 않은 환경이였지만 대규모 하천 보수공사와 세토 골프장 반대, 그리고 습지식물의 보고인 이 지역을 지키고자 주민자치 조직인 '유후인의 자연을 지키는 회'를 결성,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호소하였기에 지금의 유후인이 있었던 것이다.

1970~1980년대 히가시 이시마츠의 고원 오도기노에 큐슈자연동물공원 아프리칸 사파리의 건설계획이 거론됐을 때도 교통문제나 자연경관의 손실, 그리고 수질오염의 문제를 들어 반대한 것과 유후인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자유의 여신상 건립이 진행되다가 유후인의 경관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어울리지 않다는 주민반대에 부딪혀 결국 철거하기에 이르렀다.

1990~2000년엔 유후인의 연못 습지 지역이 또다시 개발되려 했을때 유후인은 귀중한 다습한 기후에서 자라는 초원 식물의 보고이기 때문에 6.6ha를 4억엔에 구입, 이를 보호했고, 오이타 자동차도의 건설에 있어서는 고속도로 교각의 배색은 붉은색이 표준이었지만 유후인분지로부터 붉은색이 너무 눈에 띈다는 이유로 일본도로공단에 배려를 신청해 녹색으로 교체도 했단다.

   
▲ 자연과 전통이 조화된 유후인 마을, 숲과 하늘 풍경

   
▲ 자연과 예술이 조화된 유후인 마을풍경

이뿐만이 아니다. 1999년부터는 `마을의 풍경을 만든다`라는 목표를 세워 개별 건물에서부터 표식 마크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배려와 정성을 들였고, 관광명소나 유흥, 환락가가 없는 새로운 관광지를 조성, 조용하고 느긋하게 쉼을 가질 수 있는 지역만들기에 시와 주민들의 노력이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자연스러운 경관을 만들어 보여줌으로써 다시 오고 싶은 곳,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의 비결이 된 것이다.

당일 날씨 또한 포근해서 좋았다. 가족들은 지인의 안내로 유후인의 중심, 파아란 호수와 산야 그리고 파아란 하늘이 맞닿아 있는 기린코 호수를 거닐면서 자연과 전통, 예술이 공존하는 경관문화를 위하여 그토록 애쓴 마을 지도자는 물론 깨인 사람들의 흔적들에 감사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지역이 지금의 모습으로 있기까지 젊은이들을 독일의 온천휴양지 바덴바덴으로 시찰을 보내어 체류 휴양지로 발전시킨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도 한다.

이어 갤러리가 된 마을 곳곳을 들러보고, 카페와 음식점을 찾아 맛도 느껴보았다. 작은 마을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밀려 올 때쯤 이 지역만의 독특한 료칸을 아이들과 찾았다. 이곳에는 140여개의 료칸이 있고, 이중 30여개가 온천탕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족도 휴식의 꽃인 온천욕을 전통가옥내 특유의 여유롭고 고즈넉한 다다미방 객실에서 체험했다.

   
▲ 자연과 예술이 조화된 유후인 마을 내 작은 온천이 있는 료칸풍경

   

   
▲ 자연과 예술이 조화된 유후인 마을, 허름하지만 맛있는 지역 특산의 음식을 파는 곳

또한 이곳 관광객에게는 지역특산인 쌀, 야채, 쇠고기로 요리를 만들어 제공하고, 주민들은 극장 없는 `유후인 영화제`와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유후인 음악제`를 개최한다고 하니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도 하루빨리 지역에서 생산된 유기농산물이 지역내 고속도로휴게소의 맛집과 빵집 그리고 찻집으로 운영되고 소비하는 생활문화뿐만 아니라 '다시 찾고 싶은 살기좋은 마을'의 풍경과 마음씨 그리고 이웃간의 라이벌이 아니고 서로 도와주는 아름다운 지역공동체가 곳곳에 꾸려졌으면 한다.

한발 더 나아가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북적거리는 관광지나 유원지를 만들기 보다도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과 유기적인 마음을 모으기 위한 노력, 어떤 집을 짓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발생되는 고도와 경관, 재배작물의 규모와 자정능력까지 감안한 지역개발이 되도록 지금부터라도 노력했으면 좋겠다.

   
▲ 자연과 예술이 조화된 유후인 마을, 갤러리가 인상적인 풍경

   
▲ 벳부 공터에 마련된 발마사지 온천장 풍경

   
▲ 벳부의 작은 료칸이 있는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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